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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20 김희진 장편소설 <양파의 습관> 출간

 

 

『옷의 시간들』김희진 작가 신작 장편소설
이토록 불행한 건 오직 나뿐일까?
미래도 현재처럼 암울할까 두려운 청춘들에 보내는 위로

 

 

■■■  책 소개

『양파의 습관』은 『고양이 호텔』, 『옷의 시간들』의 김희진 신작 장편소설이다. 전작에서 자신의 상처나 아픔을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극복해가는 이야기를 구현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관계의 출발점을 ‘나’에서 좀 더 뻗어나갔다. 바로 ‘가족’이다.
  우리 이웃에는 어느 하나 평범한 가족이 없다. 가족 중 누군가 하나는 꼭 사고뭉치이거나, 서로 잡아 뜯고 싸우곤 한다. 오죽하면 어떤 시인은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다 죽는다’고 했을까. 그만큼 가족은 ‘너무 가까워서 아주 멀고 싶은 당신’이 될 때가 많다.
 『양파의 습관』의 장호의 가족도 그렇다. 그래서 작가는 장호에게 투사되어 ‘나’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나’의 이야기는 때로는 장호의 목소리이고, 또 때로는 작가의 목소리이다. 이를 통해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 가족 안으로 들어와 가족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깊은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양파의 습관』은 세련되지도 멋지지도 않은 가족, 이웃들의 ‘좌충우돌 생활기’를 통해 사랑의 안식처도, 그렇다고 지긋한 족쇄도 아닌 가족,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가 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 본문 중에서

“돈과 방이라.”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평등권이자 기본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디에나 불평등과 불합리는 존재한다. 한쪽은 배 터져 죽고 한쪽은 배곯아 죽는 게 법이 존재한다는 우리네 세상이지 않은가. 그런 현실
에 비춰봤을 때, 아주 황공하게도 나란 인간은 제법 평등하게 기본권을 누리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돈이 바닥난 적은 있었어도 나만의 방이 없어본 적은 없으니까.”  (본문 8쪽)

무슨 귀신에 씌었는지, 55호에 입주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사건, 사고와 불운에 휘말렸다. 55호의 첫 입주자였던 러시아인 부부는 갓난아이의 입을 틀어막아 질식사시켰다. 밤마다 칭얼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새벽잠을 깨운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발적인사고라 하기엔 너무 끔찍했고 상식 밖의 일이라, 그때부터 주황주택단지 사람들은 55호가 악귀에 씐 게 분명하다고 수군덕대기 시작했다. 러시아인 부부가 떠나고 두 번째로 저 집을 차지한 사람은 시베리아허스키를 키우던 40대 사업가였다. 노총각이라는 것만 빼면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목을 매달았다. 시베리아허스키도 주인과 같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다음 입주자는 신세대 닭살 부부였다. 그러나 남부러울 정도의 금실을 자랑하던 그 부부의 이면에도 슬픔이 도사리고 있었으니, 매번 들어선 배 속 아이가 유산으로 사라져간 것이었다. 그렇게 55호 입주자들은 1년도 안 돼 불행을 떠안은 채 집을 떠나고 말았다. 약속이나 한 듯, 어떤 불문율처럼.  (본문 40쪽)

 

냉장고의 정체와 냉장고를 지붕 위로 옮긴 그녀의 행위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는 내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만 간신히 뱉어내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문득 그런 그녀를 보면서, 대사 몇 마디 없는 희미한 조연 배우를 예상했던 그녀가 어쩌면 주 조연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황주택단지라는 그림책에, 이상하지만 엉뚱한 매력을 지닌 재밌는 인물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냉장고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마다 지붕 위의 나를 붙잡고 귀찮게 물어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본문 79-80쪽)

 

“시작해볼까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관객들을 향해 우리가 펼쳐 보일 연극에 대해 간단히 보충 설명을 한다.
“바쁜 와중에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음, 이 연극은 <지붕 위의 냉장고가 두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연극입니다. 서툴더라도 재밌게 봐주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미심쩍게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시작으로 그녀와 나의 연극은 시작된다. 늘 나 혼자만의 객석이라고 생각했던 지붕이 진짜 무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본문 274쪽)

 

■■■ 김희진.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200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욕조』와 장편소설 『고양이 호텔』, 『옷의 시간들』이 있다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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