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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30 박선희 장편소설 <그놈>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 박선희의 ‘내 안의 그놈’ 이야기

운이 좋아 그놈이 순하게 엎드려 있든

운이 나빠 그놈이 거칠게 사지를 뒤틀든

누구나 자기 안에는 ‘그놈’이 산다!

 

작품 소개

 

천재성과 문제성 사이, 독고단의 차갑고도 뜨거운 내면 풍경

그 매력적인 세계와의 조우!

『그놈』은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 박선희의 전혀 색다른 신작이다. 천재성을 지녔지만 세상과 불화하고 제어할 수 없는 충동과 반항심에 시달리는 열일곱 살 ‘독고단’의 내면 풍경이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소설 속 주인공 독고단은 아이큐 152의 천재적 두뇌와 피아니스트 뺨치는 피아노 연주 실력, 각종 재활용품으로 정교한 무기 아이템들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별난’ 아이다. 키 180센티미터 몸무게 115킬로그램의 거구에 ADHD(집중력과잉행동장애)와 우울증, 게임 중독으로 소아청소년정신과 안정병동 입원의 이력도 소유하고 있다. 이렇게 독고단은 자신의 천재성과 문제성 사이에서 오늘도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작가는 자칫 공격성이 과잉할 수 있는 내용상의 위험을 속도감 넘치는 감각적인 문장과 독특한 유머 감각으로 유연하게 돌파한다.

 

줄거리

독고단은 아이큐 152에 거구의 몸집을 지닌 열일곱 살 소년이다. ADHD(집중력과잉행동장애)로 청소년안정정신병동을 들락날락하는 병력과 우울증, 게임 중독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란한 가족의 장남이지만, 커리어우먼인 어머니와 젊은 새아버지, 의붓 남동생 사이에서 자신만 이방인이라는 느낌에 외로워하던 독고단은 이사 간 동네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독고단 안의 ‘그놈’은 성미에 맞지 않거나 싫은 일이다 싶으면 참지 못하고 공격성을 보이는데, 그 여파를 고스란히 가족들이 떠안기도 한다. 특히 ‘그놈’을 가장 열 받게 하는 것은 친구인 몬스터 D의 도발이다. 독고단은 피아노 연주, 무기 아이템 만들기,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만 이 빌어먹을 현실에서 탈출하곤 한다. 하지만 몰아의 경지에서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하다가도, 가족이 아닌 관객 앞에서는 자신감이 추락해 스타일을 구긴다. 좌충우돌 17년 인생의 센세이션, 독고단에게 친구가 생긴다. 명왕성에서 왔다는 정체불명의 소녀 134340을 알게 되면서 독고단은 점차 자신 속 그놈의 정체에 가까이 다가서게 되는데…….

 

 

작가 소개

 

박선희

서울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교육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했다. 2002년 『문학사상』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 2007년 대산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09년 제3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했다. 출간된 작품으로 소설집 『미미美美』, 장편소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 『줄리엣 클럽』,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이 있다.

 

작가의 말

 

내가 가장 사랑했고 지금도 가장 사랑하며 앞으로도 가장 사랑할, 나의 영원한 소년. 거구인 그의 몸과 뛰어난 두뇌, 예술적 감성과 재능, 그 안의 ‘그놈’만 빌려왔을 뿐이라고 연막을 쳤으나, 하루에 한 바닥씩 소설이 흘러나갈 때마다 나는 오그라든 두 손을 감추어야 했다. 결국 소년의 그림자는 내 손 끝에 깔려 있었으므로.

『그놈』을 쓰는 내내, 나는 모든 문장 뒤에 안감을 대듯 간절한 바람을 덧대었다. 누구나 자기 안에는 ‘그놈’이 산다. 운이 좋아 그놈이 순하게 엎드려 있든, 운이 나빠 그놈이 거칠게 사지를 뒤틀든. 누군가 ‘그놈’으로 인해 마음속 어둠이 번식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에게서 눈길을 거두는 대신 따뜻한 밥 냄새 같은 신호를 보내야 한다. 너를 이해해. 너는 혼자가 아니야.

 

추천사

 

박상률 (소설가)

학교 하나를 세우는 건 감옥 하나를 줄이는 일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오래 전에 서구를 지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교를 하나 세우면 감옥도 하나 같이 늘어났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학교 자체가 창살 없는 감옥이기도 하다.

감옥은 기본적으로 전체적이고 타율적이며 억압적인 규칙으로 운영한다. 대한민국의 고등학교를 보라.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그러기에 독고단 같은 아이는 학교에 적응할 수 없다. 내면에 늘 함께하는 ‘그놈’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학교의 교사도, 가정의 부모도, 병원의 의사도, 성당의 신부도 ‘그놈’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놈’과 함께하는 독고단은 어른들이 볼 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우울증’과 ‘게임 중독’이라는 병에 걸린 문제아일 뿐이다. 그러나 독고단이 보기엔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은 물론, 애써 멀쩡한 척하는 급우들이 되레 몬스터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라는 감옥에서 신음하는 수많은 독고단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자신이 몬스터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몬스터 급우들에게도!

 

차례

 

나 좀 냅둬 쫌!

내가 왜 이런 벌을 받아야 하지?

그놈을 멈추게 하고 싶다

튀어!

이것이 명왕성으로 가는 길이라면

나 좀 살려줘

 

본문발췌

 

ㅡ 독고단 좀 잘 챙겨 줘라.

짝짝이 가슴은 키 큰 나를 중간으로 끌어와 세미라는 여자애 옆자리에 앉혔다.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내가 칠칠치 못한 바보라고 광고라도 하는 거야? 자신을 배려심 많은 교사라고 착각했겠지만 나에겐 최악의 배려였다. 산만한 놈은 자존심도 없는 줄 아나. 3학년 때 담임에게 무슨 얘기를 들은 게 틀림없었다. 부주의하다, 정리정돈을 못한다, 잘 잊어버리거나 잘 잃어버린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 규칙을 안 지킨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기타 등등.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내 생활기록부에 담임들이 썼던 내용이었다. 빌어먹을, 내가 친구들과 못 어울린다고? 당장 죽인다 해도 인정 못할 말이었다. 나는 못 어울린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울릴 수도 없었고 어울릴 생각도 없었다. 그들에게 나는 천왕성에서 온 외계인이었고, 나에게 그들은 이기적인 슈퍼 몬스터들에 의해 사육된 덜 자란 몬스터들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종족이 달랐단 말이다.

(본문 81~82쪽)

 

돌아버릴 것 같았다. 나를 학교에서 내쫓으라는 가족 앞에서 무릎 꿇고 비참한 고백을 하다니. 이 거만한 가족은 뜻하지 않은 상황에 놀라고 있었다. 아니, 놀라는 척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포자기로 눈을 감고 있던 몬스터 D는 돌처럼 굳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앉아 있기가 고통스러웠다. 그놈이 내 안에서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다 뒤집어엎어!

나는 죽을힘을 다해 참았다. 함부로 날뛸 때가 아니었다. 몬스터 D의 가족 앞에서 무릎 꿇은 수를 또 한 번 엿 먹일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마디가 부러질 듯 힘이 들어간 두 손을 허벅지 밑에 깔고 이를 악물었다. 그놈이 아우성을 치는 만큼 온몸이 마구 떨렸다.(본문 176~177쪽)

 

주머니곰과 날라리뽕 신부의 뒤를 이어 병원으로 들어서는 인물은 몬스터 D였다. 아무리 내가 리탈린 때문에 맛이 가는 중이라도 그렇지, 말이 되나? 하긴 말이 안 될 것도 없었다. 지금까지 알았던 녀석들 중에 내가 몬스터 D만큼 가장 오래,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녀석도 없으니까. 그래도 보고 싶기까지 하다니,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일생의 원수 같았던 놈이 보고 싶다니 말이다. 몬스터 D는 바로 옆에 앉았던 거구의 원수가 사라져 속이 시원하려나? 어쩌면 좀 허전할지도 모르겠다. 그 녀석도 나에게 가장 오래,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을 테니까. 지금은 모의고사 1등급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잠을 잘 때도 바짝 긴장한 자세로 각을 잡고 자겠지. 알고 보면 나만큼 불쌍하거나 나보다 더 불쌍한 녀석이다.(본문 311쪽)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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