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앙리라는 낯선 철학자의 책 한 권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제목은 <물질 현상학>. 범상하지 않다. 저자만이 아니라, 현상학이라는 학문도 우리에게 낯선 것이다. 현상학 관련 주저들도 한국어로 접하기 어려운 마당에 다양한 현상학자들에 대해 논한 이 책이 한국에서 출간된 것을 때이르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현실은 현실인 것이고, 다소 부족한 상황이지만 앙리의 입장을 통해 현상학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일에 무슨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물질 현상학’을 ‘삶의 현상학’이라고 바꾸어보면, 이 책이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르트르나 메를로-퐁티처럼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앙리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 현상학을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삶에 대한 해명을 둘러싸고 수많은 철학자들이 경합을 벌였고, 앙리도 이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얹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앙리와 마찬가지로 집요하게 삶의 문제를 파고 들어간 철학자라고 한다면 들뢰즈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을 언제나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라고 파악한 앙리는 무한한 내재성으로 삶을 파악한 들뢰즈와 다른 입장을 보여준다. 들뢰즈와 달리 앙리는 현상학자이다. 현상학이라는 철학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현상’이라고 불리는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상’은 말 그대로 ‘나타남’이다. 이런 특징에 근거해서 현상학이라는 학문을 요약해서 정의하자면 경험에 대한 기술과 이에 대한 종합을 통해 앎을 획득하는 사유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무엇보다도 앙리에게 현상학은 삶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인문학의 중심에서 가장 피상적인 것이기에 가장 널리 퍼진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해 다만 외적인 관점만을 제시했던 구조주의가 붕괴하면서, 현상학은 점점 더 우리 시대의 중심적인 사유의 운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한다. 앙리의 입장은 명확하다. 구조주의라는 외적인 방식을 통해 삶에 접근하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현상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상학도 20세기에 속하는 오래된 것이라는 점에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조주의라는 이론 이후에 현상학이 과연 적절한 사유운동의 방법인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앙리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고, 현상학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이 사유운동의 전제와 원천을 옹호하는 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었다. 따라서 앙리의 임무는 현상학을 갱신하는 것이고, 이런 시도는 곧바로 “현상학을 궁극적으로 결정하는 질문, 그 철학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질문 자체가 갱신된다는 조건”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앙리가 삶이라는 범주를 현상학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앙리에게 삶은 “존재의 중심에서 본래적인 현상화이며 존재를 존재하는 것”이다. 정말 탁월한 정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이 없다면 존재도 없다는 명제를 이렇게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도 재주다. 이런 까닭에 삶이 존재해야 한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것을 다만 존재의 한 영역”에 국한하는 전통적인 위계질서를 전복해야 하는 것이다.

앙리의 결론은 무엇인가? 현상에 대한 그의 진술이 암시해준다. 현상은 “특수한 내용, 특별한 본성, 즉 현상학적 물질성이 순수한 현상성에 부여하는 물질적 해석에 의해 덮인다”는 개념화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현상이라는 말은 형식적인 의미에서 물질적인 의미로 빠르게 이행하고, 이것이 현상학의 근본 개념이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현상학의 과제여야 한다는 것이 앙리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과연 앙리의 기획은 성공했는가? 책을 읽고 각자 판단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이택광 교수<경희대·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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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같은평화 성경창작동화 시리즈!

 

2010년 봄부터 일 년여의 기획기간을 거쳐 검증된 기독 동화작가들에 의해 기획 집필된 강같은평화의 성경창작동화 시리즈! 2012년 6월까지 총 1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모르는 행복한 위로가 되는 어린이 동화, 알콩달콩 성경나라 동화왕국,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하루하루 생활 속 메시지, 탈북 소녀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소재가 모여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재미와 상상, 성경적 지혜를 일깨우는 성경창작동화

일반창작동화의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와 감동, 교훈을 주되 주제, 소재, 캐릭터 등이 성경적인 설정을 함으로써, 강같은평화의 미션인 기독인과 기독인의 경계에 있는 일반독자에 맞춤한 그림 동화입니다. 주요 독자층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며, 학령차에 따라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포함합니다. 또한 동화의 주제와 관련된 주제 성구를 표지 또는 도비라에 포맷하여 성경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아이들을 위한 성경적 키워드를 주제로!

동화의 주제는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품적 키워드 중 기독 동화작가들에게 자유롭게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사랑, 소망, 믿음, 칭찬, 정의, 책임, 지혜, 돌이킴, 화목, 우정, 감사, 겸손, 화해, 변화, 나눔, 충성, 절제, 정직, 근면 등 30여 가지를 제시어로 삼았으며, 작가의 선택에 따라 일반 동화의 형식 외에 성경인물이 등장하거나, 화자가 되어, 동화적 상상을 일깨울 수 있는 판타지적 스토리텔링도 가능하도록 열어두었습니다.

 

엄마표 옛날이야기처럼 조곤조곤 입말체, 교회 학교 선물용으로 탁월!

마치 엄마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입말체로 구성하여,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책의 세계로 모험을 떠납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이 느껴지며 함께 웃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하나님 안에서 꿈과 사랑, 따뜻한 마음을 일깨울 수 있도록 따뜻한 그림으로 동화적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 여름 성경 학교 선물로 강추해 드립니다. 강같은평화에 문의해 주세요.
rivernpeace@jamo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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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1분기 우수문학도서에 자음과모음 소설이 선정되었습니다!

많이 축하해주세요! (짝짝짝)

 





구효서 <동주>


"한국인의 애송시 10선’에 어김없이 두 편 이상의 명시로 뽑히는 윤동주, 그의 짧은 생애에 가려진 궤적을 따라 좇는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은 윤동주이자 윤동주가 아니다. 윤동주의 유고((遺稿)를 추적하는 스물일곱 살의 재일한국인 3세 김경식과 윤동주가 일본 경찰에 연행되기까지 그를 지켜본 하숙집 소녀 요코, 그리고 그들의 기억 속에서 펼쳐지는 윤동주의 모습이 중견 작가 구효서의 능란한 손끝에서 새롭고도 슬픈 이야기로 탄생한다." (선정 위원/ 김인숙, 박금산, 김별아)







배수아 <서울의 낮은 언덕들>


"배수아에게는 배수아만의 소설이 있다.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자리에 홀로 서있다. 그 자세는 때로 무심해 보이기도 하고 도도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배수아의 소설을 읽으면 그 소설 한 편의 세계가 아니라 배수아의 세계로 빨려드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서울의 낮은 언덕들은 다시 한번 배수아 소설의 진경을 보여준다. ‘서울의 낮은 언덕’이 아니라 ‘세계의 낮은 언덕’이고 ‘신화의 낮은 언덕’이기도 하다. 소설을 쫓아가는 여행이 즐겁다."  (선정 위원/ 김인숙, 박금산, 김별아)







최윤 <오릭맨스티>


" ‘오릭맨스티’는 어느 나라 방언일까. 저절로 자아 안에서 만들어진 주문 같은 다섯 음절. 의미를 알 수 없으나 끊임없이 자아 안에서 발음되는 ‘오릭맨스티’는 처절한 삶의 굴곡에서 만들어졌다. 어른들은 사랑한다. 배신한다. 방황한다. 아이를 낳는다. 사라진다. 재앙으로 부모를 잃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두 살짜리 아이는 어른으로 자라난다. 어른이 된 그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은 부모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소설로서 많은 것이 적당한, 감각적이면서도 절제 있는 문장으로 욕망의 스펙터클을 보여준 최윤의 소설이다." (선정 위원/ 김인숙, 박금산, 김별아)


 

상세한 심사 내용은 '문학나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for-munhak.or.kr/idx.html?Qy=notice&nid=285&PHPSESSID=bea04fe6792ebe18f02f476fa809b7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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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디오』 이재익 작가의 실화 스릴러! 

 

“나의 살인은 정당한가?”

 

M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그 이후……

섬뜩한 복수극의 끝은 어디인가!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악을 행하는 남자와

그 악을 쫓는 형사들의 숨 막히는 추격전!

41명의 남학생이 무참히 짓밟은 한 소녀의 인생

죄는 저질러졌고, 소녀는 사라졌다!

놈은 미나에게 사과하기는커녕 미안한 마음조차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의 피살자들은 살인만큼이나 잔혹한 범죄의 가해자들이었음에도 벌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법이 놓친 악행을 벌하는 이는 의인인가, 악인인가? — 본문 중에서
 

 

책 소개 

1997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해온 이재익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SBS 라디오 피디와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병행하면서 여러 소설을 통해 다양한 소재와 주제 의식을 선보여온 작가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우리 사회가 감추고 있는, 지금껏 외면하고 있었던 어두운 단면을 『41』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41』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이라는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법은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것을 다루는 자들에 의해 우리의 이성적인 판단과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법과 현실의 괴리라는 문제의 지점을 작가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41』을 통해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 충격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범죄 미스터리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충격적인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도가니』처럼 『41』도 2004년에 일어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은 마흔 명이 넘는 십 대 남학생들이 한 명의 여중생을 일 년 동안 온갖 방법으로 성폭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인터넷으로 유포한 사건으로, 그 범죄 수법이 십 대라고 볼 수 없을 만큼 가학적이고 집요했으며 잔인했다. 그러나 사건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고려하여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해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너무나 미약했다. 오히려 피해 여중생에게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기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피해 여중생에 대한 경찰의 비인권적인 처우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가해자 가족들의 협박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41』 속에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가상의 연쇄살인 사건을 구성함으로써 잊혀가던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려 그 사건의 심각성과 사회적 의미 등을 재고한다. 강력계 형사 ‘김정태’와 ‘이제훈’은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맡아 사건 피해자들의 관련성을 조사하던 중 연쇄살인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사건, 즉 과거 여중생 ‘미나’에게 일어난 집단 성폭행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면서 미궁 속에 빠져 있던 사건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간다. 그리고 연쇄살인범의 존재와 그의 범행 이유가 조금씩 드러남에 따라 자신들이 맡고 있는 사건에 어떤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범죄 미스터리 형식을 통해 실제 사건에 극적 긴장감을 부여하고 이를 긴박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마치 사건에 깊이 개입하면 할수록 그것을 바라보는 담당 형사들의 내적 갈등이 심해지듯이 독자들 또한 소설의 내용이 전개될수록 드러나는 사건의 충격적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 속으로 깊이 몰입하게 된다.

▶ 나의 살인이 위법이라면 당신들의 법은 정의로운가!  

『41』에서 일 년 동안 중학생에 불과한 미나를 수시로 불러내 집단으로 강간하고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폭행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에 인터넷을 통해 퍼트리기까지 한 가해자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 반면 피해자인 미나는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해자들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를 위해 법은 무엇을 했는가. 마흔한 명의 가해자를 일상생활로 돌려보낸 법은 정작 피해자인 미나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작가는 적나라하게 피해자인 미나의 비참한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법 집행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해가던 두 형사인 정태와 제훈은 당시 성폭행 사건의 관련자들을 조사하던 중 피해 여중생인 ‘미나’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들과 그로 인한 그녀의 처절한 고통을 목도하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두 형사의 딜레마는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느끼는 그것과 동일하다. 가해자인 마흔한 명과 피해자인 미나의 역전된 삶의 모습을 두고 과연 법이라고 하는 것이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는 ‘연쇄살인’이라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법이 하지 못한 처벌을, 미나가 느꼈을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을 가해자들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연쇄살인을 통한 복수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도덕적인 문제 또한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차치하고서 우리는 이 끔찍한 범죄에 걸맞은 처벌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시하면서 가해자들이 당하는 고통을 다시 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연쇄살인범의 살인 행위를 두고 살인범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정태의 아내와 딸, 제훈의 태도는 기실 『41』의 독자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회 시스템의 근간이라는,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오늘날 자주 발생하는 동종의 성폭력 범죄들에 대한 처벌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가 묻는다면 의문 부호를 남길 수밖에 없다. 『41』을 통해 작가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엄중한 시선으로 되돌아볼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 그는 용욱의 눈앞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 용욱은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고개를 내저었다.

“뭔가 잘못 알고 오셨어요.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이 찾아와서 죽일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가난한 잉여 대학생이에요.”

용욱에게 총을 겨누며 방으로 들어온 뒤로 시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용욱은 미칠 지경이었다.

“제발요, 진짜 전 아무 사람도 아니에요.”

시윤은 총을 겨눈 자세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왜 이러세요, 네? 혹시 저 아세요? 왜 저한테…….”

용욱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시윤은 손가락으로 쉿, 하며 침묵을 요구했다. 그러나 용욱은 패닉 상태에 빠진 듯 점점 큰 소리로 흐느꼈다. 시윤은 총구를 용욱의 입에 쑤셔 넣었다. 용욱의 눈이 번쩍 떠졌다. 좁은 원룸 안에서 그의 가쁜 숨소리가 헐떡거렸다.

총구에 달린 소음기가 목젖까지 밀려 들어온 터라 용욱은 컥컥거리며 침을 흘릴 뿐 말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애절하게 흔들리는 눈빛만이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간청을 거듭했다.

시윤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총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가죽 재킷 안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냈다. 열서너 살쯤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의 사진이었다. 사진을 본 용욱의 표정이 움찔 흔들렸다. 용욱은 뭔가를 말하고 싶다는 듯 팔을 허우적거렸다. (27~28쪽)

‣ 정태는 파일을 열어 제훈이 준비해놓은 자료를 읽었다. 그의 옆에서 제훈이 설명을 더했다.

“보세요. 석 달 전에 죽은 김상철이 M고등학교, 지난주에 죽은 우용욱이도 M고등학교. 둘이 동갑입니다.”

“어……?”

정태의 입에서 어떤 깨달음의 신호가 흘러나왔다.

“선배님도 기억하시죠? 몇 년 전에 M시에서 어린애 집단 성폭행 사건 있었던 거.”

“맞다, 그런 일이 있었지. 여러 명이 여자애 하나를 그랬지 않나?”

“M서에 전화 걸어서 확인해봤습니다. 우용욱이와 김상철이 둘 다 그때 당시 가해자였습니다.”

“말이 안 되잖아, 인마. 우용욱이는 전과가 없었잖아.”

“김상철이도 그때 일로는 전과가 없습니다.”

“그래? 어째서?”

“그때 가해자들 중에 전과가 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아무도 실형을 안 받았거든요.”

“가해자가 전부 몇 명이었는데?”

그 대목에서 제훈은 잠시 멈칫했다. 차마 입으로 전하기 민망하거나 두려운 진실을 대할 때 보통의 인간이 가지는 불편함이었다.

“마흔한 명요.”(47쪽)

‣ 그들은 먼저 미나를 실컷 때려 겁에 질리게 한 뒤 허름한 여인숙으로 데려갔다. 그러고 나서 시작된 무자비한 윤간과 폭행. 악마의 유희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고 멤버들은 짓밟히며 괴로워하는 미나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고스란히 촬영했다.

겨우 집으로 돌아간 미나는 패닉 상태에 빠진 채 생활했다. 그런데 끔찍한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M 연합 멤버들은 촬영해놓은 사진과 동영상을 미끼로 미나를 협박해 수시로 M시로 불러들였다.

미나가 M시로 갈 때마다 그녀를 짓밟는 남자들은 늘어났다. 친구,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선배, 그 선배의 후배, 그 후배의 친구……. 다섯, 여섯, 여덟, 열……. 그 수는 스무 명을 넘고 서른 명을 넘었다. 강간의 방식도 더 잔인해졌다. (……)

“미나야, 니 언니도 하나 있다 그랬지? 걔도 데리고 와. 아니면 니 사진하고 동영상 인터넷에 확 뿌려버린다. 니네 집에는 불 질러버리고.”

결국 미나는 한 살 많은 언니에게 거짓말을 해 M시로 데려왔다. M 연합 멤버들은 미나의 언니도 윤간했다. 이미 강간범들의 수는 마흔 명에 이르렀다. 미나의 몸과 마음은 정상적인 여성으로서 성장하기 어려울 만큼 다쳤다.

사건이 알려진 것은 일 년이 지난 2004년 십이월이었다. 미나의 언니가 결국 신고를 했다. 그런데 신고를 받은 경찰의 수사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니가 우리 유서 깊은 M시의 물을 다 흐려놨다.”(49~50쪽)

 

저자

 

이재익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압구정 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영문과 졸업했다. 2001년 SBS 라디오 PD로 입사한 이후 현재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의 담당 PD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1997년 월간 『문학사상』에 소설 부문으로 등단해 『원더풀 라디오』, 『아버지의 길 1, 2』, 『싱크홀』, 『아이린』, 『심야버스 괴담』,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압구정 소년들』, 『미스터 문라이트』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아울러 소설집 『카시오페아 공주』와 사춘기 에세이 『하드록을 부탁해』 등도 발표했다.

1999년부터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면서 영화 <질주>, <목포는 항구다>, <원더풀 라디오> 등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다재다능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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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인권신문 | 기사 입력 0006년 8월 28일

7세 된 Y(서울 구로구)가 어린이집 친구에게 자기 가족을 소개한다. 소개받은 친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자신 앞에 서 있는 두 아저씨를 한참 동안 번갈아가며 쳐다보더니, Y에게 묻는다. “이 사람이 아빠야? 또 이 사람도 아빠고?” Y는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쪄.”라고 애매하게 대답한다. Y의 가족으로 밝혀진 두 아저씨가 아무 말 없이 웃고만 있자, 이번에는 친구가 직접 아저씨들에게 묻는다. “아저씨가 Y 아빠고, 아저씨가 Y 엄마 맞아요? 아니면, 둘 다 아빠예요?” 질문을 받은 두 남자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짓는다. 그러자 Y의 친구는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그렇구나. 내가 아는 사람들은 남자가 아빠고 여자가 엄마인데, Y네 집은 엄마, 아빠 모두 남자구나.” Y가 친구를 보며 그건 아니라는 표정을 짓자, 친구는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 둘 다 아빠구나! 와, Y야! 넌 아빠 둘 하고 사는구나! 좋겠다. 셋이 야구도 할 수 있고! 근데 밥은 누가 차려줘? 하긴 요즘 세상에 아빠가 밥 차리는 일이 대단한 일은 아니양.” Y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두 아저씨도 Y와 함께 끄덕인다.
그러자 친구는 진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이제 우리 가서 놀아도 돼요? 아저씨들. 아니, Y 엄마, 아빠! 아니, 아빠, 아빠. 아이, 잘 모르겠네. 암튼 우린 이제 놀러 가도 되죠?” 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Y와 친구는 두 손을 꼭 잡고 방으로 후다닥 뛰어간다.

 그렇다. Y의 부모(보호자)는 동성애자이다.
경상도 문경 출신인 Y의 아빠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고 만난 8세 연하의 여성과 결혼했다. 연애 경험이 없었던 Y의 아빠는 자신이 선천적으로 섹스에 대해 무심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정신적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혼 생활이 시작되면서 둘 사이에서 Y가 태어났다. 하지만 Y가 28개월 되었을 무렵 Y의 아빠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젊은 Y 엄마의 장래를 생각해 Y는 아빠가 키우기로 했다. Y 엄마는 다행히 남편을 이해했다. 두 사람이 성 정체성의 문제를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대화를 자주 나눴던 사이였기에 가능했던 ‘덜(!) 슬픈’ 이별이었다. 안면 장애를 갖고 태어난 Y는 그때부터 아빠의 손에서 자랐다.
 Y가 네 살 때, Y의 아빠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물론, 남자였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다. 아빠의 남자 애인은 마치 친엄마처럼 Y를돌봤고, 자연스럽게 세 남자는 동거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가족들은 두 남자의 관계를 인정했지만, 지방의 작은 도시에 살았던 그들은 편견과 구설수에 삶이 평탄한 날이 적었다. Y의 아빠와 애인은 사실혼 관계였지만, 부부로서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Y는 두 사람에게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편부인 셈이다.
하지만 오는 8일이면 이 가정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시민결합결혼제도’가 정식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Y 아빠와 같은 동성애 커플도 정식으로 부부가 될 수 있다. 이번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 간의 결혼을 제도화한 나라가 되며, 세계적으로는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열여덟 번째 나라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388만 동성애자들이 간절히 바랐던 소망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미 서울에만 8,000건 이상의 서류가 접수된 상황이고, 전국적으로는 1만 8,000명이 넘는 동성애자들이 ‘시민결합결혼제도’를 통해 정식 부부로 인정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로써 그동안 인권의 사각지대로만 여겨져왔던 동성애자들의 인권이 진일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 자체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민결합결혼제도’가 동성애자의 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Y의 사례와 같이, 가정에서 부모를 성별로만 구별할 경우,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상의 불편함, 불이익은 고스란히 Y, 즉 아이에게로 돌아간다. 예를 들어, 현재 7세인 Y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한다. 그때 작성해야 할 서류들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대로라면 Y는 아빠는 있지만, 엄마는 없는 아이가 된다. 왜냐면 아이의 부모(학부형)는 반드시 남성과 여성의 조합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결합결혼제도’ 시행과 함께 Y의 아빠는 법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남성, 즉 유부남이 된다. 결국 Y의 입장에서 보자면, (법적으로) 아빠의 배우자를 엄마라고 부를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아빠의 배우자이므로 아빠라고도 볼 수 없다. 정부는 이 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재까지 정부는 아무런 대안도 마련한 바가 없으며, 동성애자 인권 신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민결합결혼제도’를 반대했던 일부 보수 단체 및 종교 단체들은 동성애자들의 결혼제도에서 한발 양보했기 때문에 (동성애자) 부모 문제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동성연애자들의 결혼은 어쩔 수 없이 인정했지만, 법적으로 동성연애자들이 부모가 되는 것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얼마 전 대표적인 보수 개신교 목사로 알려진 오○○ 목사의 ‘동성애=수간(獸姦)=시간(屍姦)’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되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는 “‘시민결합결혼제도’ 자체가 이미 해악이며, 만약 더 큰 악행(동성애 학부모의 법적인 인정)을 저지른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일부 보수 강경 종교단체연합에서는 ‘동성애 자체가 지옥행 직행 차표’라고 선전하고 있다. 합리적인 보수주의를 자처하는 진영에서는 “물론 동성애자 부모를 둔 아이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동성애자들이 부모가 될 경우 평범한 아이들이 겪을 성 정체성 혼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동성애 단체 ‘동무사이’에서 최근 조사한 설문의 결과를 보면, 보수 단체들의 주장을 재고해볼 만하다.
 만 12세 이하 초등학생의 경우 58.8퍼센트가 친구의 부모가 동성(애자)인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대답했으며, 28.8퍼센트는 친구에게 설명을 들은 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으며, 8.8퍼센트만이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대답했고, 나머지 3.6퍼센트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변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오히려 성인들보다 성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동무사이’의 오○○ 간사는 동성애자 부모를 인정하는 것은 추상적인 인권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것이 거부될 경우 우리 아이들의 일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법의 테두리 밖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 부모의 인정은 재산 분할, 상속, 입양 등의 권리, 그리고 입원이나 감옥 면회, 신원보증 등 소수자들이 실질 생활에서 겪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고 설명한다.
‘동무사이’에서는 동성애자 부모를 둔 아이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동성애자 부모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풍토를 만듦과 동시에, 서류상으로 부(아버지)와 모(어머니)를 성별에 따라 구별했던 것을 폐지하고 부모1, 부모2로 표기하자는 것이다. 보호자1, 2도방안이 될 수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8년 전부터 ‘파트너 등록제’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이 제도는 동성同性결혼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권 신청서 등의 각종 민원 관련 서류의 부모 인적 사항 기재란에 ‘아버지father’, ‘어머니mother’ 대신 ‘부모 parent 1’, ‘부모 parent 2’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 제도이다. 영국 정부가 부모의 성별이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성적 차별이라는 동성애 옹호 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동성애를 옹호하는 언어학자들은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아버지, 어머니의 사전적 의미를 재정립 혹은 확장하자고 주장한다. 현재 국립국어원에서 발간된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아버지’는 명사이며, 1) 자기를 낳아준 남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2) 자녀를 둔 남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거나 부르는 말, 3) 자녀의 이름 뒤에 붙여, 자기 남편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 4) 자기를 낳아준 남자처럼 삼은 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이상 네 가지로 정의되고 있다. 네 가지 정의에 모두 ‘남(자)’이라는 성별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뜻을 더 추가하자는 것이 동성애 옹호 언어학자들의 주장이다. 5)자기를 낳거나 길러준 남자나 여자 중 한 명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 혹은 자신을 낳고, 길러준 남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 물론, 어머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전적 의미를 임의로 추가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며, 단지 사전적인 의미가 확장된다고 실효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아예 동성애 부모를 칭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동성애자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과 별개로 보는 것이 옳다. 아동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동성애자들의 자식을 동성애자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동성애자 부모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동성애자의 자식들의 장래나 그들의 권리까지 빼앗아선 안 될 것이다. Y의 부모가 동성애자라고, Y 역시 동성애자라고 볼 순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러한 아동들의 권리일지도 모른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편을 갈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아직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생각해볼 때다.
친구 아빠의 성별은 아이들의 관심사가 전혀 아니다. 아이들의 관심사는 친구와 언제, 어떻게 놀 수 있느냐이다. Y와 친구처럼 말이다. 결국,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줘야 하는 일은 부모의 성 정체성을 구별하여 편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서로 잘 어울려서 뛰놀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편견을 완전히 없앨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덜(!) 불편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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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소년, 노하라 신노스케는 명랑했다

환경과산모신문 | 기사 입력 0000년 9월 8일

 

8년 전 전국적으로 이상한 문자메시지와 메일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된 적이 있었다.

임산부, 노약자, 특히 심장 약한 분들은 절대 보지 마세요!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이후 한 임산부가 아기를 출산했는데, 안구의 흰자여야 할 부분이 검은색이고, 검은 눈동자 대신 새하얀 눈동자로 태어났대요. 심지어 이 신생아는 코도 없고, 머리는 비정상적으로 커서 몸과 머리의 비율이 거의 일대일이라네요. 무서운 방사능 피폭의 공포가 드디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사진도 첨부합니다.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거짓이 아니었다.
일본 정부는 이 비정상적인 신생아의 출생이 사실이라고 즉각 확인한 뒤, 공식 발표를 했지만, 기형아의 출산은 방사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물론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노하라 신노스케’라는 이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 대신 ‘피폭꼬마’ 혹은 ‘피폭소년’이라고 불렀으며 이 아이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의 상징적 인물로 여겼다. 심지어 『뉴욕 타임스』 아시아판의 표지 모델로까지 거론되었다.


산부인과 전문의 오○○ 원장(둥근산부인과, 경북 문경시 소재)은 기관지 회원들과 함께 지난 8월, 후쿠시마에 가서 피폭소년 노하라 신노스케를 직접 만나고 왔다. 오 원장은 “솔직히 신노스케 군을 만나기 전까지는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는데 신노스케 군이 명랑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모두들 행복해했다.”고 전했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 같이 신노스케 군의 머리는 과도하게 컸고 넓적했으며, 코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고, 안구의 색도 비정상적이었지만, 행동이나 말투는 여느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전혀 별다른 점이 없었다고 한다. 진한 눈썹과 성적인 농담을 즐기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고. 신노스케는 동갑내기들보다 어른스럽게 생각하며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다운 천진함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액션가면>과 <건담> 로봇 장난감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네 살 어린 여동생 히마와리 양을 짓궂게 괴롭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오 원장은 신노스케 군이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특별히 ‘울라울라(일본 애니메이션 <액션가면>의 주제음악)’ 노래를 부르며, 엉덩이춤까지 췄다고 말하며 웃었다.
신노스케 군이 비정상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명랑하게 클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주변의 도움과 일본 정부가 펼치고 있는 ‘무관심’ 캠페인 덕이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수년 전부터 기형아에게 무관심하자는 이른바 ‘무관심’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 캠페인은 기형아의 외모에 무심하자, 그들을 빤히 쳐다보지 말자, 그들에게 특별 대우를 해주지 말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운동이다. 실제로 일본 사회에서는 이미 신노스케 군 정도의 비정상적인 외모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신노스케 군의 아버지 요시토 씨의 증언에 따르면, 신노스케 군이 다니는 학교에는 자신의 아들보다 외형적으로 훨씬 심각한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신노스케처럼 다른 장애 학생들도 별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에서도 잘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노스케 군의 이러한 명랑한 모습을 조만간에 애니메이션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신에이동화와 아사히 TV가 신노스케 군의 이야기를 <Crayon Shin Chan>이라는 제목의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시 방영 예정이다. 향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지난달 8일 둥근산부인과에서 기형아가 태어났는데 당시 오 원장은 신생아의 부모에게 애석함을 전혀 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 원장은 그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솔직히 기쁜 일이라고 할 순 없지요. 아이의 코가 없었거든요. 콧날이 서 있어야 할 곳이 반질반질했어요. 하지만 콧구멍은 시원하게 두 개가 잘 뚫려 있었어요. 그러니까 너무 크게 슬퍼하거나 낙담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냄새도 잘 맡을 수 있고, 기능적으로는 완벽한 상태였어요. 단지 콧대가 없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코가 없는 부위가 아주 매끈했기 때문에 미학적으로도 최악이라곤 할 수 없었어요. 매끈한 얼굴에 구멍이 두 개 뚫려 있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이는 평균치보다 약간 작은 미숙아였지만, 코 빼고는 다 정상이었어요. 특히 성기의 경우는 평균치보다 훨씬 큰 편이었어요. 심장도 팔딱팔딱 잘 뛰었고, 산모도 아주 건강했어요. 코 없는 신생아를 부모한테 보여주면서 일부러 이렇게 말했어요. ‘아드님 코 좀 보세요! 좀 작네요. 아니, 자세히 보니 아예 아무것도 없네요. 하하하. 하지만 고추 보세요. 정말 큼직하죠? 하하하. 콧살이 다 고추로 갔나 보네! 아주 장군감입니다, 장군감! 이놈 큰일 낼 놈이네! 하하하.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코가 없이 태어난 이 아이의 이름은 Y라고 했다.
Y의 부모는 아이를 처음 본 순간에는 큰 충격을 받고 상심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한다. 이제는 아들의 기형을 소재로 농담까지 한다. 그래도 입 없는 것보다는 코 없는 게 낫지 않겠냐며. 고추는 제대로 달렸으니, 남자구실을 하지 않겠냐며. 피폭소년보다는 Y가 훨씬 잘생겼다는 오 원장의 말에 Y의 부모들은 ‘물론’이라고 맞장구를 치며,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그리고 신노스케보다 훨씬 더 명랑한 아이로 키울 것을 다짐했다.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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