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가 우는 밤』의 작가 선자은 신작 장편소설
선택의 끝에 또 하나의 우주가 존재한다!


어떤 선택은 찰나에 이루어지지만 긴 후회를 남긴다. 평생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문학 작품이 ‘선택’의 문제를 다루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혹은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라는 가정. 『제2우주』는 이러한 ‘선택’의 문제에 접근하는 소재로 ‘평행우주’를 선택했다. 평행우주 위의 ‘나’는 어느 순간까지는 지금의 ‘나’와 동일인물이다. 하지만 몇 가지 인생의 소소한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지금의 나와는 달라진 세계를 살아간다. 『제2우주』 속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평행우주 위의 또 다른 세계에 떨어지게 되면서 현재의 삶과 그 선택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중학생 ‘우주’는 과학자 엄마와 SF영화 칼럼을 쓰는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이름도 ‘우주’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의 관계나 집안 분위기는 아직 냉랭한 편이지만 멋진 남자 친구 미른, 비위를 맞춰주는 소꿉친구 해니가 있는 우주의 세계. 하지만 열여섯 살 소녀에게는 무엇 하나 만족스럽지가 못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주는 주위의 사람이나 환경이 조금이지만 미묘하게 달라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되고 자신이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곳에는 돌아가신 엄마가 살아 있고, 잘생긴 남자 친구이자 허영심을 만족시켜주던 미른은 해니의 남자 친구가 되어 있다. 지금과는 다른 삶의 모습, 그리고 새로운 결핍과 충족이 주는 깨달음 속에서 주인공은 현실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만난다.

『제2우주』의 선자은 작가는 꾸준하게 어린이문학, 청소년소설 분야에서 활동해왔고, 『펜더가 우는 밤』, 『엘리스 월드』 등으로 개성 넘치는 독특한 상상력을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 유쾌하고 발랄한 터치, 간결한 문장으로 가볍게 부담 없이 읽힌다. SF적인 요소가 다양하게 녹아들어 영화나 추리소설 같은 흥미진진함을 더하고 있다.

 

 

 

줄거리

 

중학생 우주2년 전 엄마를 사고로 잃고 아빠와 친구 해니, 세상에 대해 가벼운 냉소를 지니고 살아간다. 어느 날 엄마의 유품인 달팽이 반지를 찾다가 평행우주의 다른 세상으로 이동한 우주는 그곳에 여전히 엄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남자 친구였던 미른이 친한 친구인 해니와 사귀고 있다거나, 해니의 현실 세계와는 다른 당당함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얼마 후 의문의 남자 X가 그 세계에 있는 진짜 우주는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라는 사실까지 알려준다. 엄마가 살아있는 세상에 남고 싶다는 소망과 이 세계에 있는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갈등으로 우주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이때 약국아저씨의 딸 아림을 납치한 것이 X로 밝혀지는데…….1981년 눈이 펑펑 오던 날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교에서 글 창작을 전공했지만, 글은 공부한다고 해서 마음껏 나오는 게 아니었다. 무작정 휴학한 뒤 ‘어린이책작가교실’을 다니면서 동화를 썼고 그러고 나서야 글쟁이가 되었다. 살림프렌즈 문학상에서 『펜더가 우는 밤』이 청소년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그 외 청소년문학으로 『엘리스월드』, 그림책으로 『영원한 황금지킴이 그리핀』 『잘하면 살판』 『단골손님』 등을 썼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글쟁이가 되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작가 소개

 

선자은

1981년 눈이 펑펑 오던 날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교에서 글 창작을 전공했지만, 글은 공부한다고 해서 마음껏 나오는 게 아니었다. 무작정 휴학한 뒤 ‘어린이책작가교실’을 다니면서 동화를 썼고 그러고 나서야 글쟁이가 되었다. 살림프렌즈 문학상에서 『펜더가 우는 밤』이 청소년소설 부문에 당선되었다. 그 외 청소년문학으로 『엘리스월드』, 그림책으로 『영원한 황금지킴이 그리핀』 『잘하면 살판』 『단골손님』 등을 썼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글쟁이가 되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작가의 말

 

마법은 내 머릿속에서도 일어났다. 내 속에서 ‘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애가 퐁 떠오른 것이다. ‘우주’라는 이름은 참 재미있다. 과학적이면서 종교적이다. 그 애는 자신이 살던 곳과 같으면서 다른 곳으로 날아갈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교실마다 한 명씩 있던 외계인 아이들처럼, 그 애들은 자신이 이물질이라고 여기면서 세상에 동화되지 못했다.

‘우주’라는 여자애에 대해 알게 된 십 년 뒤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쓰면서 나는 별똥별을 보기 위해 옥상에 쪼그리고 있던 그때로 수없이 많이 되돌아갔다. 그리고 반마다 하나씩 있던 외계 아이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그 애들에게 말하고 싶다.

“너희가 맞았어, 나도 외계인이야.”

 

 

 

 추천사

 

안미란 (동화작가)

그날 내가 그러지만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 넓은 우주에 내동댕이쳐진 존재라서 이런 가정을 몇 번이나 하게 된다. 이 소설은 이런 가정이 현실이 된 이야기이다. 평행우주론에 바탕을 두고 다른 시공간으로 떨어진 나의 고군분투를 통해 새로운 ‘나’를 찾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부모, 단짝, 이성 친구 등 누구 하나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불만과 청소년기의 불안으로 위태로운 주인공 우주. 우주는 차원 이동이라는 모험을 통해 얽히고설킨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재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박진감 넘치는 사건을 고도의 추리기법을 통해 표현해낸 이 책은 과학소설과 추리소설의 재미를 동시에 준다. ‘우주’가 ‘가능성’을 이르는 다른 말인 것처럼, 독자는 우주를 만남으로써 또 다른 우주와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믿게 될 것이다. SF영화의 고전을 망라한 소제목은 매력적인 덤!

 

 

본문발췌

 

“그때 너 재활 치료 받더니 운동이 재미있다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재. 재미? 내가?”
“그래. 처음에는 간단한 운동기구를 사달라고 하더니, 수영을 배우겠다고 하질 않나. 태권도를 배운다고 도장에 보내달라고 하고.”
“아, 그랬지. 맞아. 그랬……던 거 같아.”
사실은 정반대다. 나는 재활 치료가 지긋지긋했고, 엄마 아빠가 극성이라고 생각했다. 해니도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는데, 재활 치료 병원 같은 데는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과학자면서 의사인 것처럼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지금 완벽히 치료하지 않으면 뼈가 바로 자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성장기 아이는 더 조심해야 한다고. 아빠는 이 의견에 적극 동의하며 나에게 운동을 강요했다.
-본문 40~41쪽


어쩌면, 내가 겪은, 아니 겪었다고 여기고 있는 2년이 가짜 아닐까? 나는 진짜 이곳에서 체육중학교에 다니는 열여섯 살 우주인 게 아닐까? 모든 게 내 꿈일까? 장자가 그랬다.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게 꿈인지 나비가 인간이 된 게 꿈인지 모르겠다고.
<매트릭스>처럼 둘 중 한 세계가 가상 현실이라면? 엄마가 살아 있는 이곳을 선택할 수 있는 걸까? 내가 현실로 믿고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는 선택 A와 이곳에 안주하는 선택 B 중 내가 스위치를 누를 수 있다면. 파란 약과 빨간 약 중 내가 선택이 가능하다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하지만 침실로 가는 엄마 뒷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있었다. 엄마가 있는 게 좋다는 것.
-본문 73쪽


해니는 누구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한 걸까? 나일까? 운영을 하지 않는 상가 병원 병실에 누워 있는 우주이겠지? 나는 해니에게 답장을 보낼 자격이 있을까? 엑스의 말대로라면 해니는 내 친구가 아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인격, 다른 삶을 가진 이곳 우주의 친구로, 내가 아는 해니와도 다른 사람이다. 여기 엄마도 아빠도 나에게 주어진 게 아니다. 나는 도둑년이다. 삶을 통째로 도둑질한 도둑년.
차마 답을 보낼 수 없었다. 내 방에 돌아와 애꿎은 연습장에 거친 선을 죽죽 그을 뿐이었다. 머물기로 마음을 정했는데, 자꾸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당황스럽다.
“아냐! 싫어, 싫다고!”
어쨌거나 이건 내 미래다. 의사가 그랬잖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해서 미래로 나아가라고.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다들 내 인생에서 꺼지란 말이야!
-본문 135쪽


“왜? 왜 울어?”
내 부모가 허둥댔다. 나는 바보처럼 울기만 했다. 아픈 탓에 마음이 약해져서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따듯한 가족으로 보이는 상황이 환상처럼 느껴져서다. 진짜 내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누려야 할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다. 나는 다만 남의 자리에 들어와 앉아 있는 것이다. 꼭 가상 현실처럼. 2년 전이 그립다. 진작 이런 가족을 연출하지 못한 후회가 환상으로 표현되어서 지금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가짜라고 해도 좋다. 예전부터 엄마 아빠에게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기만 한 게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녹아내렸다.
-본문 193쪽


“넌 돌아가야 해. 곧 그 애가 깨어날 거야. 날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모두 널 위해서 하는 말이기도 해.”
“그 애가 깨어난다는 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난 다 안다고 했잖아. 의사 놈이 차도가 있다고 보고를 했거든.”
의사가 연락을 했다고? 갑자기 남자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남자 뒤에 누군가 있었고, 남자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타인을 쉽게 설득하고 조종하는 사람. 조용하고 그림자같이 움직이는 사람. 엑스라는 걸 왜 몰랐을까.
-본문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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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런츠 초이스 파운데이션이 선정한 올해의 책 - 은상 수상
조지아 피치 북 어워드 2012-2013 후보작

 

 

홈스쿨링만 했던 에비. 그녀가 학교생활에 도전한다!
“고등학교가 지뢰밭이었다고?”
“규칙이라는 게 정확히 뭐야?”


 

 

반체제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과감히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반으로 편입하기로 결심하는 에비.
뼛속까지 이상주의자인 에비는 엄청난 파장의 거대한 변화를 시도한다!

자유로운 삶을 사랑하는 엄마 마사 밑에서 홈스쿨링을 하며 자란 에비는 고등학교에 3학년으로 입학해 1년간 고등학교 생활을 경험해보기로 한다. 첫 등교하기 전날 숲에서 우연히 만난 라자스와 재신다와 함께 생애 첫 학교생활을 시작한 에비는 곧 학교의 이해할 수 없는 규정과 맞닥뜨린다. 선생님이 직권 남용으로 학생들에게 가하는 억압을 경험하는 에비는 학교를 더 좋은 환경으로 바꾸고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라자스, 재신다와 함께 학교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행위를 고발하고 익명으로 누구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플루토스(PLUTOS)라는 블로그를 만들지만, 처음의 의도와 달리 플루토스는 학생과 선생님을 비난하고 상처 입히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때문에 학교생활은 엉망이 되고 라자스와의 사랑도, 재신다와의 우정도, 꿈꾸는 미래(코넬 대학)도 위험에 처한다. 에비는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좌절하지만 그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며 학교와 학생이 함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고 사랑과 우정도 되찾는다.

 

매 챕터를 명언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책 내용과 잘 연결되어 있는 명언들이 인상적이다. 그냥 한번 읽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특히 주인공 에비가 브루크너 선생님과 명언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나누는 장면은 명언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면서 새로운 관점을 찾게 된다.

조금 다른 한 아이가 학교를 변화로 이끄는, 흔한 구성일 수도 있지만 그 주제와 내용은 꽤 무게감이 있다. 정해진 규정에 대한 불만, 차별, 언론의 자유, 익명성, 자유에 따르는 대가와 책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이야기 속에서 균형 있고 짜임새 있게 풀어내어 청소년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관점들을 던져준다. 그러면서도 십대 특유의 당당함과 발랄함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했다. 깊이 있는 문제들과 함께 십대의 우정과 로맨스도 짜임새 있게 엮여 있어 더욱 흥미롭다.

학생들에겐 지금 현재의 학교생활과 현재의 자기 모습, 또 미래까지도 그려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청소년들의 짜릿한 사랑과 우정 또한 재미있게 녹아 있으면서도 교육적이고 현실적인 성장소설이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의 신선한 관점은 성인 독자들이 흥미있게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작가 소개 - J. J. 존슨


- J. J. 존슨은 뉴욕 중심가의 작은 마을에서 고등학교를 마쳤다. 존슨은 청소년기에 쇼핑을 많이 했고 지나친 걱정에 빠지기도 했으며 양쪽이 비대칭인 머리스타일도 해봤고 사이클 모터크로스 경주도 해봤다. 발레와 탭댄스, 재즈를 췄고 여름에는 뒤뜰에 있는 작은 개울에서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뱀을 엄청 무서워했다). 존슨은 빙햄튼 대학교를 졸업하고 청소년에게 수습직과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소개시켜주는 인턴십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그리고 2001년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존슨은 좋은 친구들과 즐거운 삶,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모험을 믿는다.

그녀는 현재 가족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살고 있다. www.jjjohnsonauthor.com

 

 


 옮긴이 -김미나

 

 다큐멘터리 구성작가로 방송국이 몰려 있던 여의도에서 청춘을 보냈다. 그리고 잡지 에디터로 뉴욕 맨해튼에서 6년을 살고, 현재는 하와이 마우이에서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베어 그릴스 시리즈』’(전4권)-「신들의 황금, 정글에서 살아남기」「늑대의 길,깊은 숲 속에서 살아남기」「모래 위의 전갈, 사막에서 살아남기」「호랑이의 발자국늪지대에서 살아남기」가 있다.

<옮긴이의 말>
나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좁은 섬에서 학교란 그런 곳이었다. 더군다나 가족과 친인척을 통틀어 교직에 몸담지 않은 이를 찾기가 힘든 집안에서 자랐다면 상황은 뻔하다. 담임선생님은 엄마의 동창이고 국어 선생님은 엄마의 옛 제자였고 수학 선생님은 엄마 친구의 남편이었다. 권위와 위계질서가 서슬 퍼렇던 시절이었다. 고분고분한 모범생이 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었다. 별의별 인간군상이 존재하는 곳이 학교지만 그중에 혹시라도 별종 학생이 끼어들었을 경우 어른들은 판판한 널빤지에 튀어나온 못대가리 박아 넣듯 어떻게든 그 별난 종자를 기죽이지 못해 안달을 했다. 마치 에비처럼 말이다.
책을 번역하는 내내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선생님들의 고른 칭찬을 받으면서 어떤 말썽에도 휘말려본 적이 없고 나서서 아이들을 휘두르는 일도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모범생이었던 나는 에비와 함께 그녀의 생애 첫 학교생활을 함께 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부러워했었다. 명석하고 씩씩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주저 없이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아이. 요즘 세상에 ‘돈’도 '빽'도 없으면서 그저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함으로써 감히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아이. 처음에 에비를 멀리하고 손가락질하던 학교 아이들이 그랬듯 내게도 우주인 마냥 친구가 되기란 힘들 것만 같았던 아이. 요즘 세상에 에비 같은 아이들이 결국 안착하게 되는 곳은 아마 대안학교쯤일 것이다. 그러나 에비는 학교라는 제도권에 정면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온몸으로 맞부딪쳐 나간다. 사교육의 힘으로 국·영·수 파워를 올리는데 혈안이 된 아이들이 보는 세상과 에비가 보는 세상은 동네 우물과 태평양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살아지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비단 어른들의 세계에만 통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학생 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나처럼 나중에 무릎을 치지 말라는 것이다. 과연 지금 내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고 생각한 대로 사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두가 에비가 될 필요는 없지만 에비처럼 편견 없이 세상을 보는 이상주의자를 가슴 한켠에 살려둘 필요는 있다. 그래야 적당히 타협하는 법을 배운 뒤에도 최소한 비겁해지지 않을 수 있다.   

 

 


 서평

 

-이 재치 있는 소설은 십대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권력의 남용과 그 경계에 대한 토론에 불을 지핀다. 존슨은 에비가 학교에 변화를 가져오려고 선택한 방식을 평가하기보다 에비라는 캐릭터가 지닌 특이한 정서와 동기, 소신을 이용해 광범위한 관점을 제시한다. 에비가 경멸해 마지않는 권력자들이 이 소설 전반에서 매우 예리한 견해를 펼친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주로 또래 사이의 정치적 행동, 로맨스 혹은 어른들의 억압적인 시스템이 내포한 불평등을 다룬다. 이 모든 요소를 영리하고 재치있게 버무려놓았다. _페어런츠 초이스

 

- 독자들은 강하지만 약한 면도 있는 주인공 에비의 영리함과 자의식에서 역사가 로렐 대처 울리히가 남긴 “얌전한 여성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다”는 명언을 떠올릴 것이다. _북리스트

 

- 이 책은 명료하고 거침없는 존슨의 문체로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에게 진짜 언론의 자유가 무엇이며 사람들이 언론의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고 또 언론의 자유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존슨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합해 독자들이 그 안에 숨어 있는 메시지와 동기를 음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을 빚어냈다. _독자 서평

 

- 나는 이 책이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상가가 낙후된 학교에 가서 모두를 일깨워준다는 식의 내용이 아니라서 좋다. 에비가 배워가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만족스럽게 느끼는 부분이다. _독자 서평

 

 

 

본문 발췌


“진실은 잘못될 수가 없어요. 그건 진실이니까요.”
“네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니?”
나는 하나로 올려 묶은 머리를 단단히 조였다.
“진실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각이 다른 거겠죠. 진실은…… 손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변하지 않는다고요. 그냥 그 자체로 진실이니까요.”
“오, 이제 봤더니 믿음이 아주 강력한 친구였구먼.” (본문 125쪽)

“네가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정하더라도 이 기록들은 계속 따라다닐 게다.”
뭐라고?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뇌와 심장이 동시에 바닥까지 뚝 떨어지는 것처럼 아찔했다. 이런 빌어먹을, 말도 안 돼!
“무슨 뜻인지…….”
“만약 네가 학교를 중퇴하더라도 코넬 쪽에서는 네 학교생활 기록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얘기지. 그 기록에는 네가 여기에 있는 동안 일어났던 모든 사건들이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을 거야.” (본문 185쪽)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내가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완전히, 의심할 여지 없이, 완벽하게 준비가 될 때까지 섹스를 하지 않기로 말이다. 호르몬 작용이나 순간적인 성적 충동에 굴복하는 건 싫다. 내 결단의 순간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미리 의도한 것이어야 한다. 나는 다른 여자애들과 다르다.
그러나 나는 다른 여자애들과 다를 바 없이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본문 282쪽)

 

 

브루크너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그 말을 내게 해준 사람만큼이나 반쪽짜리 미완성의 메시지로 내 머릿속에 박혀 있던 그 말들. ‘스스로 남들보다 조숙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여자애가 볼 때 넌 실제로 겉만 번드르르한 것일 수도 있단다.’
나는 이제야 그 뜻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그건 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그랬던 적도 없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 그렇지만 그게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진짜 본론은 훨씬 흥미롭다. 나는 동그랗게 둘러앉은 사람들을 눈으로 훑었다. 재미있는 조합의 친구들이 이 순간을 함께하며 유기농 콘칩을 아작아작 씹고 있다. 나는 오늘 자기의 생각을 터놓고 이야기하던 아이들의 얼굴과 그중 몇몇이 내놓은 놀랍도록 진취적인 아이디어들을 떠올렸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만약 사람들이 날 뽑아준다면 당연히 연설을 할 거야.”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함께 힘을 합쳐서. 왜냐하면 이 소녀와 저 소년과 이 아이들, 우리 모두는 다르니까. (본문4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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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팽의 위조기억말살기!

당신의 기억은 안전합니까?”

 

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오즈의 닥터

작가는 대단히 정밀한 문장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면서 의 범죄가 현실 층위에서 성립될 수 없는 알리바이를 빚어내고 있다. 현실이 더 이상 객관적 실재일 수 없는 시대에 걸맞은 소설 미학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다.

- 황광수(문학평론가)

 

 

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오즈의 닥터개정판 출간

지난 2009년 국내 장편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제정된 자음과모음 문학상의 첫번째 수상작인 안보윤의 오즈의 닥터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오즈의 닥터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화하는 치밀하게 의도된 문장과 흥미로운 사건 전개, 흥미 있는 캐릭터의 등장을 통해 어떤 것이 사실이며 허구인지, 또 기억은 실재하는 것인지 꾸며낸 것인지 등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현실과 허구, 실재와 환각이 서로를 배반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세련되고 현란한 구성 능력을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았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고 변형시키면서 그것을 다시 재배열하는 작가의 능력은 이 소설에 생명을 불어넣는 가장 큰 힘이다.

 

당신의 기억은 안전합니까?”

진짜야, 가짜야? 환각의 힘으로 진실 무너뜨리기!

오즈의 닥터는 안보윤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로 환상과 실재의 경계를 주제화하면서 현란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는 가상의 정신과 의사인 닥터 팽을 만나 상담과 진술을 한다. ‘닥터 팽의 카운슬러이다. 그러나 갈수록 닥터 팽의 외모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진술은 변형되고 번복된다. 뜻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의 앞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닥터 팽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의 심리적 분신 또는 허상임이 분명해진다. ‘닥터 팽에게 상담을 하면서 내뱉는 의 진술은 진짜 같은 허구이다. ‘가 구체적으로 회상했던 어머니, 누나, 동생은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었고 의 기억에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허구의 진술은 소설 속에서 끝없이 변형되고 번복됨으로써 주인공은 끝내 몰락하게 된다. 그에 따라 모든 진실 역시 몰락하고 만다.

이런 환상과 환각들은 우리에게 기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이 구절은 누구나의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좋은 것만 기억하는 인간의 습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위조된 기억, 날조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의 기억은 과연 안전할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파렴치한 이야기꾼의 뻔뻔스러운 이야기

오즈의 닥터는 현실과 허구, 실재와 환각이 서로를 배반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구성의 소설이다. 작가는 이상의 거울 속 나나 황병승의 주치의 h’처럼 자신의 병리성을 진단하면서도 그러한 병리적 구조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음으로써 의사환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분열증적 주인공을 등장시켜, 앞뒤도, 전후도 맞지 않는, 한도 끝도 없는 거짓말을 풀어놓는다. 소설의 초반부에 펼쳐진 이 황당한 거짓말은, 언뜻 소설 후반부의 진짜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익숙한 인과적서사를 배반하는 과정, 즉 이 거짓말이 저 거짓말로 대체되고, 다시 사실이 양념처럼 더해지는 허구의 직조 과정 그 자체를 하나의 서사로 완성해간다.

 

수상작 심사평

오즈의 닥터는 환상과 실제, 허구와 진짜의 경계를 광인의 눈에서 바라본 수작이었다. 본격적인 허구와 진짜의 문제를 다룬 소설의 출현이 새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비록 진부한 소재지만 이 진부한 소재조차 새롭게 전개해나가는 방식이 매우 눈부시다. 허구의 과정을 첨예하게 전개시킴으로 해서 허구가 재배열되고, 다시 변형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아주 놀랍다.

- 박성원(소설가)

  오즈의 닥터의 미덕은 철저하게 언어의 힘만으로 가령 어떤 기억이나 현상을 구축했다가 정말 그것이 실제인지 진실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감쪽같이 허물어뜨려버린 다음, 다시금 그것이 정말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도록 재구축하는 작가만의 솜씨였다. 쉽게 현실과 환상은 뒤섞인다는 전언만을 그럴듯하게 내세우는 소설이 아니라는 뜻이다. 허구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의식은 보통 곧잘 언어와 실제 등에 대한 사변적인 탐구로 이어지기 쉬울 법한데, 작가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고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앞뒤로 배치하고 가공의 인물들과 사건을 만나고 부딪치게 하면서 실제/허구의 경계 허물기가 정말 그럴듯한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 복도훈(문학평론가)

  오즈의 닥터는 엄밀히 말하자면 주제성이 그리 강한 것은 아니다. 소설 속의 환각이 약물에 의존하고 있기에 그 심리적, 사회적 탐구의 여지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의 기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환각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읽는 사람을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 구성의 솜씨는 현란하면서도 세련된 것이었다.

- 손정수(문학평론가)

  오즈의 닥터는 허구와 가설의 구축 과정 그 자체를 밀도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새로운 작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허구와 실체의 경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허구가 더 강한 현실적 구속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주제 의식은 익숙하지만, 교사와 살인자, 납치범과 약물중독자 등을 한 몸에 구현하는 흔치 않은 인물화 방식이라든지, 현실적 기반을 전혀 갖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닥터 팽같은 인물의 창조는 소설을 친숙하면서도 결코 상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밀고 나간다.

- 심진경(문학평론가)

오즈의 닥터는 자신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개성 있는 문체, 독특한 감수성 등이 조화를 이룬 수작이었다. 오즈의 닥터는 한 가지 테마를 향해 초점을 모으는 구성력, 쉽게 작품을 끊어 읽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 측면에서 돋보였다. 오랫동안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많은 작품을 써온 듯한, 젊은 작가의 진지한 내면도 함께 읽혔다.

- 정여울(문학평론가)

  작가는 대단히 정밀한 문장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면서 의 범죄가 현실 층위에서 성립될 수 없는 알리바이를 빚어내고 있다. 현실이 더 이상 객관적 실재일 수 없는 시대에 걸맞은 소설 미학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다.

- 황광수(문학평론가)

 

본문 속으로

환각이라고 해도 창문 밖에 판다가 매달려 있다거나 공룡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귀여운 종류만은 아닐 거 아냐? 자기가 보고 있는, 자기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그 화면에 감쪽같이 숨겨져 있는 거라고. 숨은그림찾기나 매직아이보다 훨씬 더 교묘하게. 아니, 아니, 화면 그 자체가 환각일지도 모르지.

말도 안 돼.

자기, 여기 오면서 사람들 봤어?

봤어요.

자기가 봤던 그 사람들이 정말로 다 사람일까? 그 안에, 행인하고 똑같은 꼴을 한 환각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어? 하긴, 현실이든 환각이든 자기처럼 태평한 사람한테는 아무 상관없는 모양이지만.

(p. 37~38)

 

도대체 진실이라는 게 뭐죠? 뭐가 현실인가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은 현실인가요? 여기 있는 내가 현실이에요?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 거죠?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닥터 팽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너무도 당연해서, 이제는 말하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이.

(p. 205)

 

차례

닥터 팽

수연#1

화상입니까, 닥터

목뼈입니다

우연입니까, 닥터

환각입니다

수연#2

고양이입니까, 닥터

현실입니다

수연#3

고백입니까, 닥터

수연#4

허상입니다

수연#5

다시, 닥터 팽

 

작가의 말

수상작가 인터뷰

 

작가의 말

어릴 적 내가 싫어하던 동화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였다. 나는 동화 속에 나오는 이발사를 파렴치한이라고 생각했다. 기억하는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식의 굳은 머리를 가진 나로서는 돈까지 받아놓고 뻔뻔스럽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발사가 고까울 리 없었다. 나는 분개했지만 이발사는 처벌조차 받지 않았다. 거대한 크기의 왕관이 작아지고, 임금님이 시원스럽게 귀를 내놓고 지내게 되었다는 낯간지러운 결말만이 이야기 끝에 남아 있었다.

동화라면 무엇보다 권선징악이 아닌가. 진부하지만 그런 것이다. 팥쥐는 육젓이 되고 마녀는 불에 달군 구두를 신고 숨이 멎을 때까지 춤추는 게 잔혹하지만 당연한 동화의 세계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발사의 미래는 저리도 순탄하단 말인가.

나는 이발사에 대해 자주 떠올렸다. 그의 무책임함과 자기애착, 그럼에도 보장된 그의 안온한 일상의 부당함에 분노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말을 할 필요가 뭐 있는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주 단순한 일이다. 머릿속을 비우고 입술 끝만 내리면 된다. 목숨까지 걸면서 소리칠 까닭이 대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연민이 피어올랐다. 문득문득, 이발사가 안쓰러워지기까지 했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야기하고 싶어 환장한 그의 모습이, 이야기를 못해 몸져누운 그의 모습이 나와 너무도 닮아 있다는 사실을.

그랬다. 나는 말하고 싶어 죽을 것 같았다.

단순히 뭔가를 쓰는 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백날이고 천날이고 일기를 쓰면 될 일이다. 그런데 나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내 속에 지닌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어 안달이 나고 병이 났다. 대나무 숲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기분으로 나는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댔다. 나의 골방은 얇은 대나무가 촘촘히 박힌 대숲이었다. 이걸 좀 읽어줘. 나는 밤마다 대나무들에게 매달려 애원했다.

 

저자_안보윤

1981년 인천 출생. 명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09년 장편소설 오즈의 닥터로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 장편소설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등이 있다.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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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를 편드는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까대는 책도 아닙니다.
'나꼼수 현상'에 대해 묵직하게 분석해 보고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짚고 미래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나는 꼼수다> 그 후 1년, 그들이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에 던진 돌직구는 여전히 잠재력 있는 이슈 덩어리입니다.
한국 사회와 교회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는 영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소통력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고통의 시대, 광기를 만나다>는 한국인과 한국 사괴, 한국 교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거울인 나꼼수를
크리스천 퍼스펙티브로 들여다봅니다.
저자가 궁금하시죠?

최규창
서강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전공.
(주)KT, (주)KTF, (주)MPC를 거쳐 현재 바이오 벤처기업인 (주)포리톨 및
해외 사업을 진행하는 (주)포리토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활동했고, 그곳에서 아내를 만나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한국기독학생회 이사로 섬기면서 사반세기의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틀에 박힌 프로필이지만, 그는 생활인이며 신학과 인문학, 사회과학에 빠삭하고
자신이 구축한 원리와 분석 능력으로 한국 사회를 통찰해 내는 신인 작가입니다.
앞으로 계속 문제작들을 펼쳐낼 것입니다.

 

본문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사탄이 사회 시스템 속에서 역사한다는 의식을 교회는 애써 부정해왔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문제에 이렇게 무관심할 수 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지선다형 문제에서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이제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정답이 전혀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성도들의 일상의 문제들에 대해 교회는 ‘더 기도하고 말씀을 많이 보라’는 권고 외에 어떤 위로를 줄 수 있는가? 용산에서 시위하다가 죽은 사람들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일까? 천안함의 용사들은 이제 신화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들도 어쩌면 영웅화된 희생양이 아닐까? 이들은 모두 우리 사회의 어떤 그림자를 안고 사라져간 것일까? 왜 나머지 국민들은 이런 일이 자기에게 닥치지 않으면 아무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가? 왜 교회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이는가? 르네 지라르가 폭로한 신화의 거짓말, 영웅화된 희생양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집단과 국가의 죄악(그림자)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_'1장 거라사의 광인' 중

현재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는 통계들은 우연히 생긴 현상이 아니다. 빠른 경제성장, 속전속결의 추진력, 불가능을 두려워하지 하는 도전 정신, 한계에 이르렀을 때 문제를 돌파하는 광기, 공통의 이슈를 만났을 때 보여주는 놀라운 단결력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자살률, 흡연률, 음주량, 세계 최저의 행복지수와 자기만족감, OECD 국가들 중 가장 빈번한 폭력과 강간 사건, 계층 간의 심각한 불화, 가족・집단 이기주의 등이 우리 속에 공존하고 있다. 어중간한 수준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현상들이라면 분명히 그 기저에는 공통의 원인이 존재한다.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어떤 분석이나 제도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_'2장 우리 시대의 그림자들 그리고 나꼼수' 중


그런데 나꼼수는 거시적인 것보다는 철저하게 가카와 그 주변인들, 그리고 재벌 등 기득권자들 개개인의 꼼수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산업재해로 백혈병 환자가 평균치의 몇 배로 급증했다는 의심을 받는 삼성전자를 비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삼성전자는 인격체가 아니며 구체적으로 윤리적 책임을 질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의 이러한 태도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다. 나꼼수는 이러한 사람들을 직접 폭로한다. 그리고 이해하기 쉽도록 ‘이명박 대통령 속마음 연설’ 등 을 통해 그의 마음속 의도를 자세히 설명한다. ‘의도성’이 드러나 버리는 것이다. 김용민은 친절하게 성대모사까지 하면서 이건희, 정주영, 조현오, 박근혜의 마음속 의도를 폭로한다. 공격이 개인을 향하면 폭로는 구체화되고 치졸해진다. 여기에 욕설도 섞고 킬킬거리는 조롱도 들어간다. 이 과정이 주는 대리만족의 강도는 상당히 높다. 그래서 나꼼수는 다른 진보적 시사 프로그램이나 팟캐스트보다 후련하고 중독성이 강하다. 여기에 나꼼수 폭로의 매력이 있다. 유교적 장유유서(長幼有序) 질서에 익숙한 세대들은 그들이 욕하는 자체를 싫어하거나 높은 자리에 있는 권력자들을 ‘디스’(disgrace의 약자로 상대를 폄하하는 것을 말함)하는 것에 대해 격분하기도 한다. 나꼼수가 그런 스타일을 지향하는 데는 그들 자체의 성향도 있지만 특수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나꼼수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중략…)
현 권력이 나꼼수를 규제하는 것은 건드릴수록 부스럼이 생기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푸코의 말대로 광인이 잠잠히 있지 않는 한 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희생양은 죄가 있어서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공동체의 폭력을 잠재우고 한시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는 것이다. 역사는, 그러한 한시적인 평화가 의미가 없으며 그것이 오히려 우리 다음 세대에게 더 큰 짐을 지운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에 의해 변화되어왔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매 세대마다 그 뇌관을 건드리는 현실에 직면해왔다. 나의 할아버지 세대가 3・1운동에 참여했고, 아버지 세대가 4・19혁명을 주도했고 나와 같은 386세대는 아직 6월 항쟁의 그늘 아래 빚을 진 심정으로 살고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밥그릇을 빼앗긴 채 무력화되어 있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우석훈 박사의 말대로 정말 바리케이드와 짱돌이 등장할 수도 있다. 노무현의 이상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한 프레임에 의해 사라진 것 같지만 사실은 노무현 자신이 삶으로 변화의 단초를 제공했다. 릴레이가 이어지듯 그의 이상에 동의하는 사람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심화되어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의 폭력과 희생은 최소화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역사의 진보 방식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_'3장 나꼼수의 가능성과 한계' 중

우리는 명예를 아는 사람에게는 정의와 진리를 요구할 수 있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양심을 요구할 수 있다. 자기만 아는 수준 이하의 사람에게도 염치는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나마도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요구할 것이 없어진다. 욕은 그럴 때 나오는 것이다. 경찰과 검찰은 말의 내용을 문제 삼고, 종교계는 말하는 태도와 표현을 문제 삼는다. 복음에 대한 피상적 지식에 머물게 되면 비본질적인 것으로 기우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이제 한국 교회는 김용민의 욕설을 하나님에 대한 불경과 신성모독으로 이해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 한국의 일부 교회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 한국 교회 전체를 비난한 것이 되고, 한국 교회가 곧 하나님과 동일시되는 분위기에서는 어떤 이성적인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한국 교회는 하나님이 아니며, 교회 역시 하나님의 성품과 그분이 주신 사명의 수행자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찬송가를 개사한 것이 하나님에 대한 불경이라는 의식은 우리 속에 찬송가 자체가 거룩하다는 무속적 믿음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성경책은 구겨져서도 안 되고 그 위에 다른 책을 올려놔서도 안 된다는 생각과 비슷하다. 하나님의 말씀이 쓰인 책 자체가 성스럽고 거룩하다는 느낌은 우리들의 고유한 성속 분리 의식이다. 이것은 우상에게 바쳐진 고기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조언한 것과 같은 원리다(고린도전서 8:1~13).
_'4장 나꼼수 현상과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교회' 중


자, 나꼼수에서 이 책을 언급해 줄 때까지 편집자는 달릴 것입니다.
여러분도 꼭 읽어 보시고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 현상에 담긴 의미를 묵상하고
대안을 도출해 내는 유익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 편집자 올림

 

ps. 편집 후기

 

김동호 목사님의 나꼼수 언급 글을 읽고 뜨거운 반응을 보며
나꼼수와 한국 교회에 관한 책을 기획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적절한 필자를 찾아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페이스북을 뒤지다가
딱 알맞은 Faith-Book을 마주했습니다.
이 주제로 풍성한 지식과 고급 정보를 표현해 내는 최적의 필자였습니다.
최규창 선배의 포스팅을 보고 가슴이 뛰었던 그때 이후
아주 짧은 시간에 단행본을 완성시켰습니다.

최규창 선배는 200자 원고지 1740매에 달하는 이 방대한 원고를
5월 한 달 동안 낮에 일하면서 밤에 써냈습니다.
그것도 모든 나꼼수 방송을 일일이 청취하면서요. 

초고를 받아 서울국제도서전 행사 준비를 하며
처가에 아이들과 아내를 피신(?)시켜 놓고 집에 안 들어가면서
2주 만에 완성 책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기독 출판계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생 기독 브랜드가 일반 문학책을 주력으로 하는 출판사에서
이 책을 냈다는 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신이시여, 제가 (최규창 저자와) 정말 이 책을 냈단 말입니까!”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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