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끝났다? 그것도 병이다!


 

[프레시안 books]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는 예상과는 달리 나 같은 출판 시장의 자식은 아닌 듯 했다. 나와 비슷한 기대를 하고 던졌을 법한 "당신은 홀연히 나타났는데 지금까지 어디 뭘 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저 "살고 있었다"라고 답한다. 
....... 
어디에 딱히 쓰여 있지는 않지만 독자로서 나는 그런 착각을 한 번 해 보았다. 사상가가 아무리 "나는 이것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어"라며 이 주제 저 주제를 건드려도 그는 결국에는 책을 사고 읽고 쓰는 종류의 사람이다. 이런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 섣불리 남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사사키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그는 삶과 앎의 불일치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지만, 특이하게도 이런 담론들이 줄곧 삶(현실)의 편을 드는 것과는 달리 앎(책)의 편에서 그리 말한다.

.......
간만에 책을 참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보았다, 는. 그것도 생물학적으로나 지적으로나 내가 민망할 만큼 한참 후배이긴 하지만, 비슷한 무리의 책과 사고방식을 '고향'으로 삼는 사람이 쓴 책을.

프레시안 6월 22일
/안덕배 프레시안 books 애독자

원문 보기: 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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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이은 | 발행일 2012년 7월 4일 | 분야 국내도서>청소년>청소년소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9 | 출판사 (주)자음과모음 | 판형 140×205 | 216쪽
  가격 10,000원 | ISBN 978-89-544-2749-4(43810)

 

 

『스쿠터 걸』  이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일방적이고 단절된 관계 속에서 떠도는 섬처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작품소개

소통의 부재와 고립으로 고통받지만 내 안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반듯한 도심 한 모퉁이에 섬처럼 떠 있는 고물상, 신기루처럼 남아 있는 그곳에 그리움과 희망이 피어난다. 입양과 파양의 은밀한 가족사가 진행되면서 일방적이고 단절된 관계의 골은 깊어만 가고 단란한 가정을 꿈꿨던 엄마의 바람은 어긋나지만, 주인공 영래는 스스로를 울타리 속에 가두고 원망만 하면서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게 된다. 소통의 부재와 고립으로 힘들지만 결코 주저앉지 않고 진실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뒤바뀐 삶, 비밀스럽게 어긋난 가족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고, 마음의 감동을 더한다.
왜 엄마 아빠는 공개 입양을 선택했을까? 선택받은 아이라는 사실을 엄마가 강조할수록 나는 버려졌다는 막연한 수치심에 시달려야 했고, 나는 여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음을 깨닫는 영래. 운명의 희생양인 양 내 안의 모든 상처와 결핍, 두려움을 ‘입양아’라는 한마디로 해명하려 했음을 깨닫고 기꺼이 진실 앞에 다가선다.
도시의 부산물과 껍데기가 모여 새 생명을 꿈꾸는 고물섬을 만남으로써 영래에게 멈추어져 있던 세상의 시계는 다시금 희망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줄거리   


주인공 이영래는 어느 날 밤 집 근처 호수공원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한 남자를 눈여겨본다. 그 남자의 이름은 오봉호. 고물상에서 일하는 그에게서 고물 도둑이란 누명을 쓴 이영래는 그 고물섬에서 그의 일손을 돕게 된다. 자기 인생을 탓하기만 하는 영래에게 오봉호는 서로의 삶을 바꿔 살아 보자는 제안을 하고, 비슷한 외모의 두 사람은 일주일 간 생활터전을 바꿔서 살게 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영래에게 고물섬에서의 일주일은 불편하고 지루한 시간이지만 고물을 팔러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 강아지의 죽음 등으로 인해 마음이 조금씩 달라진다.
집으로 돌아온 영래는 오봉호와 함께 살았던 일주일 간 변화된 엄마 아빠를 눈치 챈다. 우연히 아빠 서재에서 어릴 때 복지시설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는데…,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복지관을 통해 입양된 것이 아님을 뒤늦게 알게 된 영래는 사진 속 아이의 실체를 쫓기 시작한다. 아빠가 잠깐 언급하려다 회피한 적이 있는 영조라는 이름의 아이가 아빠의 친아들이라고 생각한 영래는 자신이 그 아이의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아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마침내 영래는 영조가 오봉호라는 사실을, 그리고 오봉호가 자신과 함께 입양됐다 파양된 쌍둥이 형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고물섬을 찾아가지만 이미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입양아’라는 사실에 자신의 삶을 삐딱하게만 받아들였던 영래는 자신에게 하고픈 말들을 암시만 하고 떠난 형을 그리워하며, 그의 미래를 응원한다.

 

 


작가 소개

 

이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7년 <수런거리는 빈집>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다.
출간된 작품으로는『앵무새의 선물』, 2009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물 출판지원 당선작인 소설집 『스쿠터 걸』이 있다.

 


작가의 말


동네를 오가며 폐지를 모으는 할아버지와 백구를 처음 본 게 줄잡아 5, 6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가끔 그들을 마주칠 때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궁금했다. 우리 동네엔 고물상이 없는데 할아버지는 저 폐지를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하나? 나는 소위 말하는 신도시에 산다. 아무리 생각해도 즐비한 고층 아파트들 사이 어디에도 고물상이 있을 만한 곳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 길에서 우연히 리어카를 끌며 앞서가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 사이 늘 할아버지 곁을 지키던 백구는 없었다. 마침 운동 삼아 걸으려던 참이었으므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고물상을 만났다. 내 추측처럼 동떨어진 곳이 아닌 자주 다니는 큰길에서 불과 한 블록 뒤였다. 주변과 너무나 다른 풍경이 빚어내는 완전한 고립, 그 곳은 섬처럼 떠 있었고 판타지처럼 내게로 다가와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삶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단면과 진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에 상처받고 소통의 부재로 괴로워하지만 때론 기꺼이 홀로 있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를 향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라 믿기 때문이다.
 
고독한, 그러나 빛나는 청춘들에게 이 글을 보낸다.  
한없이 조심스럽다.

 

 

추천의 글

 
태초에 인간의 언어는 하나였다고 한다. 인간이 하늘에 도전하여 탑을 쌓아 올리자 신은 분노하여 인간의 언어를 다르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였고 인간은 혼돈과 단절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매스 미디어의 발달로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지만 우리들은 마치 바벨의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소통의 부재로 고통 받으며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다.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간에, 형제간에 더 나아가 민족과 국가까지. 현대의 우리들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일방적이거나 단절된 인간관계 속에서 떠도는 섬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은의 『고물섬』은 바로 소통부재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고층아파트가 줄지어 서있는 도심 한 모퉁이에 섬처럼 떠있는 고물상. 반듯하고 깨끗하며 세련된 아파트와 낡고 구겨지고 냄새나는 고물들을 모아놓은 고물상. 그 선명한 대비는 현대인들의 단절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거기다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음직한 뒤바뀐 삶. 작가는 이 매혹적인 소재를 버무려 관계에 상처받고 소통의 부재와 고립으로 괴로워하는 한 청춘의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조근 조근 풀어놓는다.
영래의 행적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면서 우리는 한 가족의 비밀스러운 가족사를 만나고 어둡고 아프지만 결코 그 아픔위에 주저앉지 않는 가슴 짠한 청춘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껍질을 뚫고 나와 스스로를 울타리 속에 가두고 원망만 하면서 살아온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는 영래는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장을 읽을 즈음에 오봉호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2막을 기원하는 영래의 응원에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공감의 박수를 치게 될지도 모른다. (*) _한정기(소설가)

본문 발췌

 


참고 참다가 적당한 자기 합리화로 스스로 위안하며 도망치는 것.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생존 방식이니까. 오봉호는 나보다 더 날 속속들이 꿰뚫어보고 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 같다(104쪽)

 

오봉호가 아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도 못 본 척 얼른 자리를 떴겠지. 그럼 지금쯤 진희는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웃으며 내 앞에 있지는 못했을 거다. 만약 호수로 들어간 그 남자를 본 게 내가 아니고 오봉호였다면…… 그를 위해 어떤 제스처든 취했겠지. 이게 오봉호와 나의 차이다. 이기적인 방관자 내가 비겁했단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110쪽)

 

세뇌의 힘은 무섭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산처럼 일가친척들의 뇌리에 나는 핏줄이 아니다. 고로 가족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사촌들과는 달리 한 번도 날 “내 강아지”로 불러주지 않았다. (183쪽)

어쩌면 엄마의 연극은 할아버지

에 대항해 내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던 처절한 몸부림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해가 거듭되며 그들이 보는 것과 엄마가 보여주려 하는 것의 괴리는 커졌고 우리는 안쓰러운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나는 친척들, 아니 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아는 모든 사람들 앞에 서 늘 주눅이 들었고 숨을 곳만 찾았다. 그리고 원망했다. (183쪽)

 

엄마 아빠의 모습 속에 내가 있다. 집착과 통제, 방관 속에 뇌관처럼 도사린 죄의식. 과연 우리는 서로를 용서할 수 있을까. (200쪽)

 

나는 여태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 왜? 증오할 거리가 많을수록 내 탓이 아니라고 자위할 수 있으니까. 내 안의 상처와 결핍, 두려움까지 모두. 입양아, 난 오직 이 하나의 버전으로만 살아온 거다. (207쪽)

 

 오봉호는 정말 바다로 떠났다. 상처 받고 상심한 영조를 부둥켜안고 토닥이며. 나는 진심으로 오봉호의 2막을 응원한다. 부디 그가 너무 오래 바다를 떠돌지 않았으면, 그의 배가 어떤 풍랑에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도록 튼튼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고운 모래가 있고 달콤한 열매와 시원한 그늘이 풍성한 아름다운 섬에 닻을 내리길. (207쪽)

 


 차 례

 

황사주의보
우연을 위한 장소
접근 금지
탄성한계
모순I
네버랜드
눈물 맛 사탕
불완전한 변신
숨은 그림찾기
비탈에 서다
모순II
같은 중시을 가진 반지름이 다른 두 개의 원
바나나우유
폐쇄회로
가족의 비밀
은유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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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학적 현상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비판을 요구하고 있다”

 

대산문학상 수상작 『길 찾기, 길 만들기』 이후 10년 만에 펴낸 황광수 평론집

끝없이 열리는 문들

비평적 개입을 통해 ‘확장’과 ‘심화’의 지향과 다양한 작품들의 독서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의식의 확산을 하나의 운동성으로 수렴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책 소개

“우리 시대의 다양한 문학적 현상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비판을 요구하고 있다”
대산문학상 수상작 『길 찾기, 길 만들기』 이후 10년 만에 펴낸 황광수 평론집

꽤 오랫동안, 하나의 화두가 간간이 거북한 체증처럼 의식되곤 했다.
리얼리즘 논쟁의 끝자락에서 결론처럼 제시된 ‘확장’과 ‘심화’가 그것이다.
그 주역들은 어디론가 떠나버렸는데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던 나는
그들이 남긴 표지 앞에서 하염없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어떤 때에는 그것이 종착역의 기표처럼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그쪽 방향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낯선 징후들이 문학의 지평에 나타나 끝없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길 떠날 채비를 갖추어야 했다.
라캉이 ‘근원적 환상’이라고 부른 것을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나 자신의 시각을 확장하지 않고서는 낯선 징후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찬바람처럼 끼쳐왔다.
_「책머리에」 중에서

2004년 평론집 『길 찾기, 길 만들기』로 대산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했던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10년 만에 세번째 평론집 『끝없이 열리는 문들』을 펴냈다. 민중서관, 을유문화사, 지식산업사, 한길사 등의 출판사에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편집 일을 하며 항상 문학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고, 한국작가회의 편집위원장, 문화정책위원장, 민족문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충실한 현장비평으로 정평이 난 저자는 이번 평론집 『끝없이 열리는 문들』에서 첫번째 평론집과는 다른, 뚜렷한 시각적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동안 저자의 비평이 (단순히 말해) 역사변혁 주체의 시각을 요구한 것이었다면, 이번 평론집에서는 작품 속에 세계와 맞닿아 있는 접촉점 또는 접촉면들에 좀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며 다채롭게 펼쳐지는 작품들을 그 자체의 미학으로 접근하는 쪽으로 변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준 것은 “복잡하고 중층적인 세계에 맞서는 정신적 모험이 고스란히 담”긴 김정환의 장시 세 편이었다. 또한 저자는 이 시들로 인해 오래 묵혀두었던 원고들을 수습하여 평론집을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끝없이 열리는 문들』은 저자가 ‘확장과 심화’의 사례를 탐색하며 자신의 비평논리를 가다듬는 10년 동안의 문학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민을 담아 완성한 평론집으로, 글쓰기와 문학 전반에 걸친 쟁점을 비롯해, 시와 소설에 관한 글들이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카오스적인 세계를 관통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모험

이 시집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그리고 이 시대의 문학예술이 생각조차 하기 싫어하는 ‘총체성’을
그 자신의 몸으로 드러내며 우리 시문학의 영토를 한껏 넓혀놓았다.
마루 밑의 벌레 한 마리나 비루한 일상적 요소들이 남루를 벗고
거룩함으로 떠오르는 가없는 도정은 오디세우스의 항해보다 광대하다.
화자는 귀를 막기는커녕 사이렌의 노래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잠재해 있는 소리들까지 온전하게 ‘노래 속’으로 수습해간다.
이렇게, 시인은 상징계의 질긴 그물망을 찢고
절망적으로 천박하고 왜소해진 우리의 의식이 거할
새로운 세계를 건설했다.
_「거룩함이 흐르는 ‘노래 속’」 중에서

시와 소설에 관한 저자의 10년 동안의 흔적을 이 책에서 총 4부로 나누어 담고 있는데, 그중 전체 분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제1부는 김정환의 장시 세 편에 대한 비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자신의 “시각을 확장하지 않고서는 낯선 징후들과 소통하기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느끼며 ‘끝없이 열리는 문들’ 속으로 들어가보고 있을 때, 그 옆에는 “든든한 길동무” 시인 김정환이 있었다. 김정환이 5년여에 걸쳐 출간한 장시 세 편은 저자로 하여금 한동안 그의 시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했다. 유년의 경험과 오래된 식민지성에 대한 새로운 역사의 창조(『유년의 시놉시스』), 다양한 경험 요소들을 노래 속으로 끌어안으며 불어넣은 거룩함의 숨결(『거룩한 줄넘기』), 감각의 총체성으로 깨트려버린 이분법적 통념(『드러남과 드러냄』) 등 그 시들은 저자를 “가없는 모험” 속으로 이끌며 방대한 분량의 글을 쓰게 했다. 이처럼 “카오스적인 세계를 관통하는 자유로운 영혼”과 함께한 모험이 이 평론집의 제1부로 자리하게 되었다. 또한 이 장시들은 저자가 새로운 비평논리의 관점을 찾아가는 데 밑바탕이 되었고, 새로운 비평을 위한 저자의 행로가 이어진다. 이는 제2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평은 다른 미래를 실천하는 선택이다!


우리 문학이 관심을 기울여온 두 가지 문제의식이 따라 나온다.
하나는 사회적 현실로부터의 도피 또는 귀환에 관한 담론인데,
그것은 이제 작가가 현실과의 관계를
얼마나 긴장되게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로 치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상에 이끌려 사회적 현실에서 벗어날지라도
그것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는 한
거기에는 새로운 의미를 띠고 (달라진) 현실로 귀환활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의식은, 지난날 리얼리즘 논쟁에서 제기된
‘확장과 심화’에 대한 요청을 현재의 작품들에 투사해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의식은 결국 '현실'에 본래의 중층적 지위를
되돌려주려는 일과 관련될 수밖에 없다.
_「현실의 퍼스펙티브와 새로운 서사」 중에서

위 인용문은 저자의 비평적 시각이 변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적절한 예이다. 고유명사로서의 문학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즉 다양한 층위와 범주들과 결부된 복수의 문학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과 함께, 랑시에르가 말하는 고유명사의 ‘문학’이 다소 협소한 철학적 가설에 지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저자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듯하다. 이런 생각과 더불어 저자는 “문학적 현상뿐만 아니라 개별적인 창작 활동의 전 과정을 추동하는 에너지는 비평의식의 개입을 통해 ‘파장과 순환’의 회로 속에 놓이게 될 때 텍스트적 기능을 좀더 온전하게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저자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도정의 지도를 그리며 비평적 태도를 재정립해가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노력과 사유의 흔적―새로운 문학적 시도의 시발점으로서 의미를 가지는 글―들이 제2부에 담겨 있다.

 

시와 소설, 중견 작가와 젊은 작가를 모두 아우르는 문학평론의 결정체


이처럼 저자가 자신의 비평적/문학적 태도가 변화됨을 느끼며 시와 소설에 관해 쓴 글들이 제3부와 제4부에 실려 있다. 그 글들은 문학사적 입장에서의 “거시적 성찰”보다는 작품에 따른 개별적 분석을 토대로 나름의 문학성을 성찰하고 있다. 제3부와 제4부에 실린 시 비평과 해설, 소설 비평과 해설이 그 결과물들이다. 또한 이 글들은 “새롭게 열리는 문들로 들어서며 머뭇거린 주저의 몸짓들과 포기할 줄 모르는 진정성들이 빚어낸 성과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백석, 설정식, 황석영, 조정래, 김훈, 이문구, 윤후명, 윤흥길, 임철우, 김초혜, 신대철, 오수연, 이재웅, 홍명진, 고운기, 손필영, 홍새라, 신용목, 구병모, 김지우, 서성란 등을 비롯해 인천 작가 공동소설집까지, 제3부와 제4부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작가와 작품의 면면을 보면 저자의 비평 활동이 얼마나 다양하고 폭넓은지 알 수 있다. 시와 소설, 중견 작가와 젊은 작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평론가가 지금 현재 시점에서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평론집에서 시와 소설, 중견 작가와 젊은 작가 등 최근 10년 동안의 문학 작품과 작가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문학평론의 수준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이 ‘여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차례

책머리에
‘파장’과 ‘순환’의 운동성

제1부 일상을 가로지르는 파상력: 김정환의 장시들
유년과 미래의 회복―『유년의 시놉시스』
거룩함이 흐르는 ‘노래 속’―『거룩한 줄넘기』
‘감각=총체’와 일상의 심화―『드러남과 드러냄』

제2부 새로운 비평을 위하여
현실의 퍼스펙티브와 새로운 서사
기억과 망각의 변증법
역사소설의 미래
진보와 문학
거미의 집짓기와 소화법―통일 과정의 소설 전략
대화의 공간들
관계의 일방성이 빚어낸 타자의 위치―한국소설 속의 미국인
비평은 다른 미래를 선택하는 실천이다―강경석과의 대담

제3부 소설 비평과 해설
김훈 소설의 새로운 빛을 찾아서
주인공의 빈자리―조정래 장편소설 『허수아비 춤』
이념형 인간의 종말과 거듭나기―조정래 장편소설 『인간 연습』
체험과 문체 사이의 거리―이문구의 문학세계
텍스트로서의 『장길산』과 미륵세상
현상 너머를 투시하는 시선―황석영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
소설, 또는 ‘의미의 완성’에 이르는 고행―윤후명 소설집 『꽃의 말을 듣다』
기억의 해방과 자유―윤흥길 장편소설 『소라단 가는 길』
풍경의 이중성―임철우 장편소설 『이별하는 골짜기』
시공간의 중첩과 편재성―오수연 소설집 『황금 지붕』
일상적 무감각과 치사량의 독성―구병모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타락한 사회와 소년의 의식―이재웅 장편소설 『그런데, 소년은 눈물을 그쳤나요』
일상의 경계를 투시하는 눈빛―김지우 소설집 『나는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
들판에 펄럭이는 깃발들―홍새라 소설집 『민들레꽃 사랑』
물질적 근원에 밀착된 삶의 언어―홍명진 장편소설 『숨비소리』
변화하는 현실과 소설의 눈―인천 작가 공동소설집 『오, 해피 데이』
존재의 결핍과 시대적 풍조에 대한 성찰―서성란 소설집 『방에 관한 기억』

제4부 시 비평과 해설
암흑시대를 관통한 두 시인의 행로―백석과 설정식을 중심으로
심층의 북소리와 언어적 공간―김초혜의 시세계
신대철 시세계의 의미론적 지평
은빛 푸른 영혼―신대철 시집 『바이칼 키스』
빛과 존재들의 향기―손필영 시집 『타이하르 촐로』
시적 주체와 일상의 중력―고운기 시집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응시와 성찰―신용목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이 평론집에 실린 글들의 출전
인명 및 작품 찾기

 


■■■ 저자_황광수


1944년 전라남도 완도에서 태어났고,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민중서관, 을유문화사, 지식산업사, 한길사 등의 출판사에서 20년 가까이 편집 일에 종사하였고, 월간 『사회와사상』, 계간 『민족지평』, 『내일을 여는 작가』, 『실천문학』 주간을 역임하였으며, 한국작가회의에서 편집위원장, 문화정책위원장, 민족문학연구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계간 『자음과모음』 편집위원, 국민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겸임교수이다. 1981년 「현실과 관념의 변증법―金光燮論」을 발표하며 비평에 입문, 30년 남짓 평론가로 활동해오고 있다. 평론집으로 『삶과 역사적 진실』, 『길 찾기, 길 만들기』 등이 있고, 저서로 『소설과 진실』, 편저로 『땅과 사람의 역사』가 있으며, 역서로 『왜곡되는 미래』 등이 있다. 2004년 『길 찾기, 길 만들기』로 대산문학상(평론부문)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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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61953271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120622022041&subctg1=&subctg2=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62301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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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에서는 격월로 하이브리드 인문학 강연을 개최합니다.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ook.interpark.com/event/EventFntTemPlate.do?_method=GenTemplate&sc.evtNo=126189&bkid1=kbook&bkid2=prd&bkid3=evt&bkid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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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기 자음과모음 청소년 기자단 모집

 

 

안녕하세요. 출판사 자음과모음 청소년팀입니다. 자음과모음에는

 『성인식』 『다이어트 학교』 『시간을 파는 상점』 등

현재 약 20여 종의 청소년문학 도서가 출간되어 있습니다.

청소년문학의 홍보 및 활성화를 위해 제2기 자음과모음 청소년 기자단을 모집하오니

많은 응모 바랍니다. 참여해주신 분들 중 50명을 추첨하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도서 1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 참가자격 :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

 

▲ 응모 요건 : 출간된 자음과모음의 청소년문학 중 1권을 골라 읽고

 독후감을 보내주세요.

 

# 독후감은 반드시 한글 파일로 첨부해주시고,

첫장에 이름/학교/학년(생년월일)/연락처/책 받을 주소를 기재해 주세요.

 

01 성인식 02 남쪽에서 보낸 일년 03 비너스에게 04 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05 날아봐, 슈퍼맨 날아봐! 06 오늘의 할 일 작업실 07 고마워하지 않을래 08 하늘을 달린다

09 하프라인 10 정의의 이름으로 11 불량청춘 목록 12 다이어트 학교

13 라구나 이야기 외전 14 지하세계 아이들 15 시간을 파는 상점 16 사랑니

17 그놈 18 악마의 비타민 19 고물섬 20 제2우주(근간) 21 이 소녀는 다르다(근간)

 

▪ 모집 인원 : 총 50명 / 청소년 기자단 (20명), 온라인 청소년 기자단(30명)

 

▪ 접수기간 : 2012.6.25~7.31/ 발표 : 8월 13일(월요일)

 

▪ 활동 기간 : 2012.9.2 ~ 2013.2.28

 

▪ 활동 및 지원 내용 :

 

1) 청소년문학 도서 홍보 활동(온라인서점 및 포털사이트 감상평 등)

2) 작가와의 만남 및 정기 독서 모임
3) 출간되는 자음과모음의 모든 청소년문학 도서 지원
4) 6개월 활동 후 시상(소정의 상금과 도서)

 

 

▪ 보내실 주소 : jamoteen@jamo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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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지 않고도 책을 살 수 있게 한 사람. 1만년 동안 멈추지 않는 시계를 만드는 사람. 우주여행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로켓에 투자한 사람.

얼핏 괴짜처럼 들리지만 사실 IT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사람은 바로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다. 미국 IT업계는 2011년 10월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가 죽고 나서 IT업계를 이끌 인물로 베조스를 지목했다.

베조스는 1994년 인터넷 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을 만들어 사람들의 구매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원클릭’은 아마존닷컴이 베조스의 차고에서 시작해 시가총액 1000억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자세하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인 리처드 L. 브랜트는 IT와 비즈니스 분야에서 20년 넘게 글을 써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마존을 세세하게 파헤쳤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것이 익숙하지만, 1995년 아마존이 처음 생겼을 당시에는 온라인 서점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베조스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 과정을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1997년 ‘원클릭 시스템’을 도입했다. ‘원클릭 시스템’은 주문에서 결재, 배송까지 한 번의 클릭으로 모두 완성되는 것으로, 이 책의 제목인 ‘원클릭’도 여기에서 가져왔다.

아마존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민첩함을 잃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홈페이지를 개선했다. 창업 초기 때는 대규모 물류창고를 쓰지 않는 방식을 원했지만, 고객의 주문에 더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물류창고 규모를 늘리기 시작했다. 당시 타임지(誌)는 “아마존닷컴은 서비스와 고객에 대한 대응이 빨라서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어떤 책이든 바로 손에 넣을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을 발표하면서 도서업계에 또 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베조스는 기존의 전자책 리더기의 단점을 극복한 ‘킨들’을 내놓으면서 아마존에서 전자책을 구매해 ‘킨들’에 곧장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9만종의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 됐다.

‘원클릭’은 ‘제 2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베조스를 한 권에 섭렵할 수 있는 책이다. 베조스를 ‘바보같은 웃음을 가진 근사한 남자’로 표현하면서 그의 업무 스타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저자는 베조스가 킨들, 클라우드컴퓨팅을 융합해 미래에 어떤 비즈니스로 혁신을 이룰지도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베조스의 4가지 경영 철학을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기,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기, ▲언제나 초심으로 돌아가기 등으로 정리했다.

아마존의 초기 역사만 봐도 지난 10~15년간 세상이 얼마나 빨리 변화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아마존이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베조스의 경영 철학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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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일보> 2012년 6월 16일 신문 기사

김혜림 | khr12@jejudomin.co.kr

극도로 예민한 마태수, 삼류 배우 홍마리, 직장에서 해고당한 조. 그들은 상상하는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수수께끼의 인물 레몽뚜 장을 따라 ‘더비 카운티 메디컬센터’를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는 여성 리를 보게 된다.

레몽뚜 장은 세 사람에게 리의 영혼을 찾게 하고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모호한 시공간 속에서 리의 영혼을 찾는 그들은 괴기하고 섬뜩한 각자의 과거가 담긴 환상을 보게 된다.

작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설 속에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실제적 인물인 레몽뚜 장마저 누군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인물로 드러나는 것이다. 즉 소설 속에서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레몽뚜 장의 실제성을 없애고 상상과 현실의 구분은 점점 더 요원해지고 모든 것이 뒤섞여버린다.

중요한 것은 이 구분조차 불가능한 상상과 현실의 뒤섞임이 결국 우리의 또 하나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레몽뚜 장을 통해 내면에 감춰두었던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현실과 상상을 교묘하게 넘나들며 인간의 상상은 불안과 공포와 욕망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현실임을 보여준다.

기사 원문 보기:http://www.jeju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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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6222004285&code=960205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206/h2012062221495884210.htm

 

 세계일보

 

http://www.segye.com/Articles/NEWS/CULTURE/Article.asp?aid=20120622022057&subctg1=&subctg2=

 

 

모두 6월 22일에 실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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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회

여자가 다시 한 번 유쾌한 듯 공항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인간이 발명한 것들 중에 공항만큼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건 없다.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곧바로 안전벨트에 묶여 장시간 기내에 갇혀 있어야 하는 기막힌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은 공항이야말로 ‘날다’라는 세상에서 가장 자유롭고 아름다운 동사와 샴쌍둥이처럼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공항과 비행기를 함께 생각하고, 그것에서 보이지 않는 바람의 투명한 뼈를 만지고 자유로운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 공항에 사람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도 그런 것이다. 떠나고 싶어! 런던! 뉴욕! 도쿄! 아니 더 멀리. 케이프타운 같은 아프리카로!

“어머. 도착하나 봐요.”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가 소리쳤다. 누구에게든 쉽게 마음을 열고, 쉽게 말을 거는 여자들이 갖는 특유의 밝고 낙천적인 목소리였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사강을 바라봤다.

“그쪽도 누구 기다리죠? 승무원복 입고 기다릴 정도면 애인?”

“아뇨. 친구.”

“난 남편인데. 좀 재미없다.”

여자가 잠시 사강을 바라보다가 아직 열리지 않는 출입문을 주시했다. 이제 짐을 가득 든 사람들이 저곳의 문을 향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사람들은 간절히 원하던 그 사람을 향해 달려갈 것이고, 악수와 뜨거운 포옹과 사랑스런 입맞춤이 축복처럼 쏟아져 내릴 것이다. 모든 사랑이 영화처럼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만 공항의 출입구에서라면 누군가의 사랑을 질리도록 목격할 수 있다.

“우리 집 남자, 걸음이 엄청 빨라서 공항에선 늘 제일 먼저 나오곤 해요. 제가 너무 걸음이 빠르다고 늘 툴툴대는데도 절대 고쳐지지가 않는다니까요. 딸애랑 걸을 때만 걸음이 느려져요. 거짓말처럼. 재밌죠?”

사강은 여자의 눈가에 그려진 깊고 자잘한 주름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여자의 귀밑머리에서 짧고 가는 흰 머리카락을 보였다.

“제 말 맞죠? 제일 빠르잖아요. 저런 식이라니까. 밥도 얼마나 빨리 먹는지. 전 가봐야겠어요.”

여자가 일어나며 사강에게 말했다. 그녀는 사강을 향해 잠시 고개를 돌리더니 활짝 웃었다. 자주 웃었던 사람에게서 보이는 입가의 주름들이 부드럽게 여자의 얼굴을 뒤덮었다.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생애의 대부분이 평온하고 부드러웠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고 자란 소녀는 틀림없이 건강하고 따뜻한 숙녀로 자라날 것이다. 사강은 그녀의 얼굴에서 그의 딸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주근깨가 올라온 발그레한 뺨과 햇볕에 탄 건강한 무릎.

사강은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제복을 입은 정수가 인파 속을 뚫고 플라이트 백을 끌며 빠른 걸음으로 출구 쪽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여자가 정수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는 곧 정수의 품에 안겼고 이전보다 훨씬 더 환하게 웃었다. 사강은 인파 속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바라보았다. 사람들의 동공이 커지고 포옹과 악수와 뜻밖의 웃음이 공항의 B 게이트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뒤따라 나온 윤희가 사강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사강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지훈이 탄 공항버스가 빠르게 인천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 따뜻한 봄바람이 지훈의 코끝을 스쳐갔다. 인천공항 고속도로 위에서 지훈은 언젠가 길 위에서 보았던 몽환적인 장면을 떠올렸다. 12월 경부고속도로 길가에 꽃망울을 터뜨리며 활짝 피어난 목련을. 그는 누구에게도 이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사강이 도쿄 아카사카의 공원에서 한밤중에 태양을 보았던 일만큼이나 거짓말 같은 이야기였다. 강물이 어는 혹한 속에 꽃을 피우고, 별도 뜨지 않은 한밤중에 태양을 뜨게 하는 것, 지금 그는 그것을 ‘기적’이 아닌 ‘사랑’이라 불렀다. 그가 조심스레 말할 수 있는 건, 단지 우리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엔 딱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뿐이었다. 오전 일곱시에 만나 텅 빈 앞좌석을 바라보며 스물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아침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아침 일곱시부터 성장을 한 채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는 사람은 없다. 누구도 아침 여덟시부터 잘 다린 옷을 차려 입고 영화를 보지 않는다. 어느 날, 시간이 거짓말처럼 뒤집어져 밤과 낮을 인식하지 못했을 때 생기는 착시들. 그것이 스물한 명의 사람들을 오전 일곱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란 긴 이름의 레스토랑 앞에 집결시켰다.

도쿄에서 서울로 돌아온 후, 지훈은 실연당한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한 누군가의 트위터에서 희망적인 문장 하나를 발견했다.

네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어두운 극장 안에서 잠든 사람이 적어도 다섯 명은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중 한 명이 코를 골았고, 그중 한 명이 꾸벅거리며 졸다가 옆 사람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는 것이다. 연인을 잃고 침대 위에서 편하게 잠들 수 없었던 사람들이 극장에 모여 악몽을 떨쳐내며 선잠을 자는 풍경. 시인 최영미가 「사랑의 시차」에서 말했었다.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라고.

서울과 상파울루의 시차는 12시간이다.

그날, 지훈이 목격한 12시간은 그러나 밤이 오지 않는 백야의 헬싱키와 막 섬머 타임이 가동된 도쿄 사이에 벌어진 시차가 아니었다. 그것은 열애 중인 사람들 사이에 생긴 사랑의 시차도 아니었다. 그건 실연당한 사람들과 일상의 사람들 사이에 생긴 선명한 시차였다. 연인의 실종과 함께 벌어진 12시간이라는 틈 사이로 ‘과거’라는 이름의 폭우가 몰아치고, ‘추억’이라는 이름의 영화가 계속해서 상영되던 시간의 낙폭이었다.

누군가 외로움의 각도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라고 한다면 지훈은 그날 아침, 자신이 보았던 시침과 분침 사이의 거리를 잴 것이다. 그는 수학자처럼 짐짓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클리드 기하학이나 삼각함수 따위엔 결코 나오지 않지만 외로움의 각도는 ‘150도’라고.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가 가리키던 오전 일곱시의 시침과 분침이 가리키는 각도를 보면서, 그는 그렇게 말할 것이었다.

공항버스가 빠르게 공항터미널 입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창문 밖 하늘 위로 길고 하얀색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L항공사의 비행기가 보였다.

한때, 저런 비행기 중 하나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뉴욕의 한 건물을 향해 날아갈 때, 세계무역센터 101층에 갇혀 있던 한 여자가 기도하듯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섯 번의 충돌과 폭발이 일어난 후, 그녀 앞으로 엄청난 먼지와 연기가 달려들었다. 이미 벽이 무너져 내린 사무실에서 죽음을 직감한 그때,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미친 듯이 구조 요청을 하느라 배터리를 거의 다 소모한 그녀가 절망 속에서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비행기가 충돌한 것 같아. 사랑해 당신, 영원히. 안녕!”

아메리카 에어라인 11편이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충돌하던 순간, 몇몇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다. 그때 수화기를 든 그들이 누군가에게 했던 마지막 말은 ‘살려줘’, ‘무서워’, ‘죽고 싶지 않아!’가 아니라 ‘사랑해’, ‘고마워’,‘미안해’ 같은 말들이었다.

외할머니가 눈을 감기 직전 지훈에게 했던 말도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였다.

지훈은 결코 기억하지 못했지만, 사고로 부서진 자동차 안에서 피투성이가 된 엄마가 어린 지훈을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했던 말도 그런 것이었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죽더라도 영원히 널 사랑해…….’ 결국 이 세 마디면 다 되는 게 아니었을까.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죽음의 순간 사람들이 기억해낸 말이 끝끝내 그런 것들이었다면 말이다. ‘형을 부탁해’가 기억나지 않는 엄마의 마지막 유언이었다고 해도, 지훈은 이제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지훈은 눈을 감고 천천히 숫자를 꼽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몸을 조금씩 돌리며 태엽처럼 조였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버스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 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태양이 뜨겁게 녹아 서서히 가라앉는 쪽을 향해 자신의 손목시계를 비추었다.

오후 일곱시.

시계는 오전 일곱시와 같은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다.

거짓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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