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고료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가 이선영 신작 장편소설

세속적 성공과 소설 쓰기의 욕망이 빚어낸

두 남녀의 어긋난 운명!

“착각하지 마. 이번에는 내가 쓴 내 소설이라고. 단지 너는 살짝 손만 봐주면 돼.”

세상 앞에 나설 수 없었던 한 남자가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되면서 복수를 시작한다!
파격적인 1억 원의 상금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3회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 수상작 『천 년의 침묵』의 작가 이선영이 2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그 남자의 소설』을 발표했다. 전작이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역사와 신화를 오가며 수학자 피타고라스와 그가 남긴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해 매혹적인 스케일의 상상력을 펼쳤다면 이번에는 한국 문학계와 ‘고스트 라이터’를 소재로 삼아 평단과 출판업자, 작가들이 벌이는 문학 권력에 대한 이전투구를 보여준다.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혈안이 된 작금의 시장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외모와 세속적 욕망으로 가득 찬 여성과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소설을 대신 써주는 음지의 남자를 내세워 둘의 어긋난 운명을 흥미롭게 풀어나간 작품이다.
메이저 일간지에서 주최하는 문학 공모전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소설가 ‘리영’은 그 후로도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평가와 시장에서의 판매를 모두 거머쥐며 ‘베스트셀러 제조기’라는 닉네임을 얻고 있다. 다섯 번째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던 그녀에게 어느 날 국내 최고의 영예로 평가받는 ㅇㅇ문학상에 자신이 올해의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희소식이 전해진다.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를 냈다고는 하지만 고작 등단 6년차에 불과한 리영 입장에서는 후보자로 선정되었다는 것도 파격적인 일이다. ㅇㅇ문학상 최종심이 진행되기 전에 이번 신작이 출간되어 다시 한 번 호평을 얻으면 수상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거라는 주변의 귀뜸에 리영은 지지부진한 집필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결심하고, 강원도 모처에 자리한 비밀스러운 별장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휠체어에 앉은 시커먼 두꺼비’ 같은 모습을 가진 용민이 살고 있다. 리영은 용민에게 한 가지 제안을 건네는데…….


한국 문학과 문단을 배경으로 숨 가쁘게 펼쳐지는 두 남녀의 음모와 배신!
작가는 처음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나중에는 해야 할 이야기를 쓰며 창작력이 고갈된 막바지에는 쓰면 ‘먹힐 것 같은’ 이야기를 내놓는다고 한다. 단 한 편의 신춘문예 당선작을 제외하면 그후로 자기가 쓴 모든 작품을 타인의 이름으로 발표하고 그것이 만인의 찬사를 받는 것을 조용히 지켜봐야만 했던 한 남자가 있다. 다섯 번째 작품을 쥐어짜내듯 완성하고 나서 더 이상 자신에게 남은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그는 직감한다. 이제 그가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자신의 아름다운 누이, 자신의 소설에 대한 공식적인 소유권을 지닌 베스트셀러 제조기 리영에 대한 애증과 죄의식뿐이다. 『그 남자의 소설』은 작가 개인의 매력과 문학이라는 숭고한 판타지를 통해 상업성을 극대화하는 문단을 놓고 냉소적인 시선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그 안에 자리한 욕망의 본질을 파헤치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이란성 쌍둥이 남매인 ‘리영’과 ‘용민’의 관계 설정은 특히 더 나은 삶에 대한 밑바닥 인생들의 갈망이 지적 욕구와 세속적 허영 두 축으로 어떻게 나뉘는지 완벽하게 보여준다.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을 죽이고 명예를 얻기 위해 사람을 속이는 두 남녀 주인공들은 플라톤의 『향연』에서 등장하는 남녀 한 몸의 인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스타 작가를 발굴하고 그와 함께 권력을 키워간 평론가와 문학 출판사의 행태에 대한 묘사는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며 냉소적이고 세부적인 원고 집필과 출간 계약, 작가와 평론가, 편집인, 기자 등을 다루는 디테일한 설정 또한 흥미를 더욱 자극하는 볼거리다. 한국 문단 더 나아가 한국 문학이라는 배경과 고스트라이터라는 설정하에 소설적 재미와 현대 사회의 통렬한 풍자적 시선으로 완성된 보기 드문 작품인 『그 남자의 소설』은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으로 이분되어 각자의 영역에서 구태의연한 자기 복제를 거듭해왔던 기존의 한국 문학에 신선한 자극이 되어줄 될 것이다.


∎ 추천사
『천 년의 침묵』 이후 2년 만이다. 전작에서 흡입력 있는 문장과 밀도 있는 서사, 고매한 인간의 속물성에 대한 탐구, 고대 그리스인들이 ‘파르헤지아’라고 불렀던 진실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던 작가 이선영의 두번째 장편소설 『그 남자의 소설』이 나왔다. 이 소설은 원한과 복수에 대한, 복수와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와 베끼기에 대한, 문학과 문단에 대한, 두 남녀의 성과 사랑에 대한,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욕망과 결핍에 대한 이야기다. 또 불가능한 합일을 꿈꾸던 복수(複數)의 영육(靈肉)이 맞은 비극이며, 한 몸으로 태어난 그들을 갈라놓았던 세상에 대한 복수(復讐)가 낳은 비극이다. 아무래도 작가는 환생한 플라톤주의자이며, 『그 남자의 소설』은 한국어로 다시 쓴 비극의 『향연』인가 보다. (문학평론가 복도훈)


∎본문 중에서

의식과 무의식의 날이 그렇게 흘렀다. 그러는 사이 내 기력은 차츰 회복되어갔다. 겨우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되자 내가 서둘러 찾아간 곳은 병원 휴게실이었다. 그곳에 배치되어 있는 컴퓨터를 열어보기 위해서였다. 몸이 회복되자 소설에 관한 일이 궁금해서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작가를 찾을 수가 없어서 신문사가 곤란을 겪었다는 단신이라도 찾아 읽어야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여기저기를 서핑하다가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병원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간호사실에 연락을 취할 정도로 큰 괴성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나는 미친 듯이 머리를 휠체어에 박았고 침을 흘렸다. 믿을 수도 없거니와 믿기지도 않는 일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표절』은 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 순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내가 화상을 당하기 전 당선 통보를 했던 ㅇㅇ일보사에서 주관하여 위탁한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제목이었다. 내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갔다. 당선자가 행방불명이었을 텐데 어떻게 책이 출간될 수 있었을까. 당선자인 내 연락이 없어서 다른 투고자의 작품이 되었다면 오히려 놀랄 일이 아니다. 비록 너무 억울하고 속이 상해도 말이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관련 기사와 리뷰를 클릭했다. 맨 처음 뜬 사진. 그녀였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각각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당선자의 이름은 '리영'으로 나와 있었지만 그녀가 분명했다. 나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것을 뺏기 위해서 나를 사지로 몰았던 걸까? 이 지경으로 진척된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 (3.『표절』: 용민, 66-67쪽)
---------------------------------
모를 일이다. 정혜규가 술자리에서 적이 의심스러웠던 부분들을 안주 삼았는지도 말이다. 그 작가 좀 이상했어. 자기가 쓴 소설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더라고. 꼭 가면을 쓰고 울고 웃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럴 때면 누군가 술기운을 빌어 목청을 높여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초짜배기 작가가 다 그렇지 뭐. 요즘 글 제대로 쓰는 작가가 몇 되는 줄 알아? 술이나 마셔. 정혜규의 의심은 출판 편집인들의 후일담 레퍼토리로 오고 가다 말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결국 내 바람은 이루어진 셈이다. 지금까지 누군가 내게 정면으로 당신 이름으로 나온 그 소설들이 정말 당신이 집필한 것 맞습니까? 라고 물은 사람은 없었으니까.
『표절』은 무사히 출간되었고 성공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차기작. 그 괴물이 나를 괴롭혔다. 『표절』을 능가할 수는 없더라도 그와 버금가는 작품이 나와줘야 했다.
선생님의 다음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라든가 리영 작가의 후속작에 대한 행보를 지켜보겠다 등등. 인터뷰 마지막 질문이나 리뷰의 말미 문구는 늘 차기작에 대한 멘트였다. 그 멘트가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왜 나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아무리 민기태가 나를 이끌어준다고 해도 차기작 초고까지 만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 (6.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 : 리영, 133-134쪽)
---------------------------------
"아니. 넌 못 쓰겠다며? 일기를 넘겨줘. 정혜규한테."
용민은 숟가락을 툭, 떨어뜨렸다.
"그래. 이제 알겠지. 네가 터트린 진실의 결과를. M출판사가 선택한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였어. 그게 뭘 의미하는 줄은 알겠지. 세상이 너의 등장을 썩 반기지 않는다는 거야. 너보다는 내가 상품 가치가 있다는 거겠지. 정혜규가 알아서 할 거야. 유능한 편집자니까. 그 여자는 해낼 거야. 넌  단지 일기만 넘기면 돼."
"만약 내가 일기를 넘기지 않는다면?"
주먹을 움켜쥐는 용민의 안구가 쏟아질 듯 희번덕거렸다.
"내가 그 소설을 왜 그토록 출간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아? ㅇㅇ문학상? 그 때문만은 아니야. 김은성, 그 인간을 완전히 박살내기 위해서야. 너도 지난번 공판을 지켜봤잖아. 그 인간이 감옥 밖으로 나오려고 기를 쓰고 있어. 지금은 무기징역이지만 다음 재판에 이긴다면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많아. 그건 나도 너도 바라지 않는 일이겠지. 그 소설이 발표되면 김은성이 어떻게 될 거 같아. 완전히 아웃이야. 나만을 위해서만은 아니잖니. 그런 의미에서라도 그 작품은 반드시 출간되어야 해. 나도 너한테 부탁하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 나는 기어이 나와 용민의 끝을 예고하는 말을 하고 말았다. 결국 막바지에 다다른 것일까.  / (12. 우리 모두 좋은 방향으로 해봐요 : 리영, 267쪽)
---------------------------------

∎차례

― 프롤로그 : 정혜규
1. 둘이지만 하나 : 용민
2. 그의 재능이 너의 인생을 바꾸어줄 것이다 : 리영
3. 『표절』 : 용민
4. 『유년의 자화상』 : 리영
5. 내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죽이지 않았다고요 : 용민
6.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 : 리영
7. 그녀는 노련했고 나는 노회하다 : 용민
8. 문단의 악성 루머 : 리영
9. 답장이 온 것은 삼 일이 지나서였다 : 용민
10. 내 머린 튜브가 아니야! : 리영
11. 이야기에 영혼을 빼앗겼다 : 용민
12. 우리 모두 좋은 방향으로 해봐요 : 리영
13. 크리스털 와인 잔 : 용민
14.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리영
― 에필로그 : 그 남자의 소설
― 작가의 말 : 이선영

∎지은이∣이선영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생후 8개월에 소아마비를 앓고 나서 목발을 짚게 되었다. 학창 시절 내내 체육 시간에 혼자 교실에 남아 세계문학전집을 하나씩 읽어나갔고 자연스럽게 문학의 길로 들어섰다. 스물여섯에 대학에 입학해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습작을 시작했다. 삼십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장래희망’은 작가였고 무수히 많은 습작 소설을 혼자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한양여대 문예창작과와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데뷔작 『천 년의 침묵』(2010)은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수학자 피타고라스와 그가 남긴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얽힌 의문의 죽음을 파헤친 한국형 팩션이다. “독특한 소재와 놀라운 상상력을 다룬 전혀 새로운 감각의 지적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1억 원 고료의 상금이 걸린 제3회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했다.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limlim 2012.06.07 18:05 Address Modify/Delete Reply

    <천 년의 침묵>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