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작가 김하서 첫 장편소설

 

함부로 상상하지 마! 죽을지도 몰라!

 

현대판 메피스토 ‘레몽뚜 장’,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

기괴하고 매혹적인 ‘상상’의 무한 증식!

 

불안과 공포, 욕망이 뒤섞인 카니발적 세계!

어디서부터가 상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

 

이 재미없기 짝이 없는 현실 세계가 정말 진짜일까 하는 의심 말이야. 뭐 하나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하고 무료하고 숨 막히는 현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느냐고. 어쩌면 현실은 말이지, 살아 꿈틀대는 저 멋진 무한 상상의 세계를 감추려고 위장한 심심하고 단순한 시뮬레이션 게임 속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책 소개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수상자 김하서

허를 찌르는 탁월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첫 장편소설 출간!

 

 2010년 「앨리스를 아시나요?」로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김하서 작가의 첫 장편소설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 신인 작가로서 첫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김하서 작가의 놀라운 지적 상상력과 세계관은 자못 범상치 않다.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죄의식, 잔인성을 드러내는 데 특이한 개성과 성취’를 보여주면서, ‘서로 어긋나 있는 시간의 차원을 겹쳐 보임으로써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불가해한 힘을 드러내는 데 재능’이 있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김하서 작가의 내공이 소설 속에서 드러난다.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는 <크리스마스의 악몽>, <비틀주스>과 같은 팀 버튼의 영화들처럼, 현실과 상상이라는 두 이질적인 대상이 교묘하게 뒤섞여 어느 것이 상상이고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를 통해 작가는 현실과 상상 간에 발생하는 메커니즘이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과 공포, 욕망과 어떻게 관계하는지 날카롭게 묘파해내고 있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작가가 구현해놓은 상상과 현실의 도가니, 그 카니발적 세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의 현대판 메피스토펠레스 ‘레몽뚜 장’

상상과 현실을 쉼 없이 넘나드는, 상상과 현실의 잡탕적 카니발

 

 김하서 작가의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는 ‘레몽뚜 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내면에 감춰두었던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을 다룬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특히 불확실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과 그로 인한 공포가 어떻게 상상을 구축하게 되는지를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모호한 공간을 통해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준다.

 ‘상상발전소’의 레몽뚜 장은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현대판이다. 메피스토펠레스처럼 그 정체가 불문명하며 인간 내면에 잠들어 있는 욕망을 이루어준다는 공통점을 지닌 레몽뚜 장의 존재는 욕망을 달성하는 수단이나 방식에 선악을 두지 않으며, 욕망 실현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것들은 그를 불러들인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며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지루하고 비참한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꺼지지 않은 한 메피스토와 레몽뚜 장은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길 원하는 대상이다.

 무신경하게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극도로 예민한 만성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마태수. 아름답게 비상하는 한 마리의 백조처럼 삼류 배우이자 삼류 인생이 전부인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홍마리. 한때 대박을 친 온라인 게임의 프로그래머로 잘나갔으나 새로운 게임 기획의 실패로 직장도 잃고 한순간에 급전직하한 조. 수수께끼 같은 정체불명의 인물인 레몽뚜 장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삶은 한순간에 뒤바뀐다. 그동안 억압된 채 잠들어 있던 무의식 속 ‘금기’의 세계가 레몽뚜 장을 통해 각자의 상상으로 구현되고 눈앞의 현실로 실체화되는 것이다. 도무지 분간할 수 없는 상상과 현실의 뒤섞임 속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결국 각자의 내면에 감춰두었던 기괴하면서도 위험한, 하지만 강렬히 욕망하는 것들을 목도하는 한 그 터무니없는 상황이 자신의 상상이며 그것이 곧 자신의 현실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소설 속에서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실제적 인물인 레몽뚜 장마저 누군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인물로 드러나는 것이다. 즉 소설 속에서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레몽뚜 장의 실제성을 탈각시킴으로써 상상과 현실의 구분은 점점 더 요원해지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뒤섞여버린다.

중요한 것은 이 구분조차 불가능한 상상과 현실의 뒤섞임이 결국 우리의 또 하나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상상과 현실의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닌 상상과 현실 간의 상호텍스트성이야말로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바이다.

 

▶ 인간의 상상은 불안과 공포, 욕망이 뒤섞인 또 다른 현실이다!

 

우리는 왜 상상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상상은 어떠한 경로로 해소되는 것일까?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에서 작가는 인간이 ‘상상’이 어떻게 현실을 구축해내는지에 주목한다. 즉 불확실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이 공포를 만들어내는데, 이때 상상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이다. 문제 상황과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을 상상함으로써 불안과 공포를 해소한다. 그러므로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의 상상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욕망이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원동력이 바로 인간의 욕망이다. 소설 속에서 마태수와 홍마리, 조가 찾아 헤매는 ‘리’는 그들의 분신으로 내면에 억눌려 있는 욕망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인도한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마태수, 방 안에서 갇혀 죽은 어머니를 그대로 방치했던 홍마리, 아내와 딸아이가 함께 바다에 빠져 죽는 것을 방관한 조. 리를 추적하면서 목격하게 되는 이 살풍경스러운 장면들은 그들의 불안 요소인 가족을 제거하고자 하는 욕망을 보여준다. 얼굴이 흉측한 어머니를 부끄러워한 홍마리는 그녀를 방 안에서 죽게 만들었으며, 조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내와 딸이 바다에 빠져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했다. 그들의 상상은 자신들의 욕망이 실현된 또 다른 현실이며 결국 그것은 실제로 현실로서 눈앞에 나타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상상은 각자의 잠재된 은밀한 욕망을 실체화시키면서 그것을 실현하도록 유도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욕망이 ‘평범한 우리’의 그것을 닮아 있다는 것이다.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인간의 욕망을 끄집어낸 것처럼, 레몽뚜 장도 ‘상상을 현실로’라는 강력한 무기로 인간의 깊은 곳에 잠재된 욕망을 이끌어낸다.

 작가는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를 통해 인간이 왜 상상을 하고 그것이 어떻게 현실로 구현되는지를 탁월한 감각으로 드러내고 있다.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카니발적 세계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드러내는 작가의 시도가 신인 작가답지 않게 섬세하고 묵직하다. 이번 작품이 김하서 작가의 허를 찌를 탁월한 상상력을 알릴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 세상에는 말이야, 상상 속에서 가능하지 않은 일이란 존재하지 않아. 정말 멋지지 않나? 이 지루하고 무능력하고 권태로운 인생 너머에 모든 악과 욕망으로 들끓는 또 다른 판타스틱한 세계가 존재한다면 말이지.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집중해서 잘 들어봐. 어쩌면 말이지, 진짜 인간들의 세계는 여기가 아니라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살면서 말이야, 그런 생각 안 해봤나? 이 재미없기 짝이 없는 현실 세계가 정말 진짜일까 하는 의심 말이야. 뭐 하나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하고 무료하고 숨 막히는 현실을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느냐고. 어쩌면 현실은 말이지, 살아 꿈틀대는 저 멋진 무한 상상의 세계를 감추려고 위장한 심심하고 단순한 시뮬레이션 게임은 아닐까.(68~69쪽)

 

‣ 자, 어느 평온한 날 당신의 아침 식탁을 떠올려보자고. 실내에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 가장조> 같은 우아하고 발랄한 클래식이 울려 퍼지는 게 좋겠군. 당신은 상쾌하고도 가벼운 마음으로 식탁에 앉는 거지. 여느 날처럼 콘플레이크에 우유를 부은 접시를 끌어당겼어. 그때 당신 동공이 접시 속 한곳에 멈췄지. 그 안에서 희끄무레한 무언가를 발견한 거야. 두려워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봐. 그 안에서 튀어나온 게 개구리라면 좋겠나? 아니면 작은 태아가 좋을까? 당신이 만약 누군가에게 장난을 친다면 어느 게 더 끔찍할 거라고 생각하나? 하하, 이제 눈치를 챘나. 그래, 그러니까 이제 화장실로 달려갈 거 같은 그 구겨진 얼굴 좀 펴라고. 불에 탄 그것의 실체가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더 이상 고나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 걸 알겠나. 이제부터 중요한 건 상상이라고. 고가 우유 속에서 발견한 게 개구리라고 믿어버리면 그만인 거야. 실제 태아를 가스레인지에 태워버렸다고 해도 진실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거지. 문제는 그 반대의 경우야. 불에 타버린 건 시커먼 개구리의 재였을 뿐인데 가스레인지에 태운 게 태아라고 믿어버린 순간, 거기서부터 새로운 상상과 끝도 없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지. 당신도 한번 상상해보지. 이미 상상하기 시작했나? 어느 게 더 생생하고 현실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지지? 개구리였나? 아니면 태아였나…….(82~83쪽)

 

‣ 네가 게임 회사에서 쫓겨난 후 너는 아내가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녀가 점점 말을 잃어가고 밤마다 잠들지 못하고 수면제를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어. 너는 그날 밤 아내가 여행 가방을 끌고 나가는 것을 알고도 잠든 척 일어나지 않았어. 너는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다고 믿어버렸어. 아내가 일주일째 돌아오지 않자 너는 집 안의 모든 가구를 처분했어. 경찰에게서 아내와 아이의 시신을 찾았다는 연락이 왔을 때도 너는 놀라지도 슬퍼하지도 않았어. 아내와 아이의 장례식 내내 너는 한 번도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울지 않았어. 너는 보름 만에 다시 돌아온 텅 빈 집을 보며 아내와 아이가 감쪽같이 너를 버리고 사라졌다고 믿어버렸어. 이제 너에게 일어난 진짜 현실이 똑똑히 보이나. 네가 믿고 있는 현실은 진짜가 아니야. 네가 부정하고 지워버린 기억이 진짜 네 현실이야. 이제 진짜 고통을 느껴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끔찍한 고통을 가슴으로 절절하게 느껴보라고. 어때? 숨이 막히고 피가 거꾸로 돌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살아 있는 게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나…….(177~178쪽)

 

저자

 

김하서

1975년생으로 단국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국 노팅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비평을 공부했다. 「앨리스를 아시나요」로 2010년 제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후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추천사

 

지금까지 읽어본 적 없는 ‘치명적이고 눈부신 착란의 순간’. 김하서의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다. 그것은 상상과 현실이 뒤섞이다가 급기야 모든 것이 무너지면서 불타오르는 순간이다. 작가는 바로 그 순간을 쭉 늘렸다가 팍 눌렀다가를 반복하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의 미로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그래서 몸통이 잘린 그곳에서 새로운 몸체가 뻗어 나오는 아메바처럼, 김하서의 ‘레몽뚜 장’은 끊임없이 이야기-몸을 자르고 바꾸고 분열시키고 증식하다가 급기야 이야기 세포들을 터뜨리고야 만다. 놀랍게도 이것은 상상력의 모터이자 이야기 자체다.

―심진경(문학평론가)

 

김하서의 첫 장편 『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는 간만에 만나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상상하고 욕망한 그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그럴까. 김하서의 소설은 당신의 욕망을 수술대에 올려놓고 당신의 상상에 메스를 댄다. 여유롭고 냉정하며 정확하다. 롤러코스터 속도의 스토리텔링, 상상의 크레바스를 넘나드는 말들의 모험과 반전, 현대인의 비루한 욕망에 대한 서늘한 블랙 유머가 당신을 찾아간다. 그리고『레몽뚜 장의 상상발전소』와 더불어 한국문학은 우리의 내밀한 상상과 욕망에 대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고심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상상력의 승리다.

―복도훈(문학평론가)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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