팸플릿 소개

우리 시대 최고의 교양 강연과 인문 교양지 <자음과모음 R>에서 연재된 원고를 한 권에 담은 지식 교양 시리즈.

 

팸플릿 시리즈 3-김진경의 신화로 읽는 세상

 

생각하는 법을 바꿔야 한다

<자음과모음 R> 창간호부터 6호까지 여섯 번에 걸쳐 연재된 이 원고는 신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1장에서는 코리족 신화인 ‘백조 여인’과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로 김소월 시를 풀어낸다. 2장에서는 최초 소설 <금오신화>와 최초 한글소설 <홍길동전>으로 백석의 시를 파헤친다. 3장에서는 치우용의 신화와 역사를 통해 붉은 악마의 서사적 정체성을 파헤친다. 4장에서는 앵글로색슨족과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신화는 어떻게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지를 말하고 있다. 5장에서는 주몽 신화를 세계 신화로 확장하면서 민간 신앙과 원시유교를 풀어낸다. 6장에서는 한국 민담인 ‘이야기 모으는 아이’를 통해 성스러움이 어디서 오는지를 이야기한다. 7장에서는 조왕신, 성주신, 각시 귀신 등 한국의 신들과 한국 민담을 통해 아파트라는 현대 문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차례

서문

바람의 미학 Ⅰ- 김소월의 시를 다시 읽는다

바람의 미학 Ⅱ - 백석의 시를 다시 읽는다

붉은 악마의 서사적 정체성 - 신세대와 신화

간달프인 줄 알았더니 오르크였네? - 신화는 어떻게 재해석되고 재창조되는가?

왜 옛날 야한 영화 제목에는 ‘뽕’이 많이 들어갈까? - 신화와 페미니즘

신들의 시장 - 인간은 경제적 동물인가?

사라진 신들의 연대기 - 우리는 어떻게 아파트라는 거주 기계에서 살게 되었나?

 

책 속으로

‘신명 난다’와 ‘신바람 난다’는 그 유래에서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신명 난다’는 신의 밝음이 난다는 뜻이니 신이 내려 신의 밝은 눈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 말은 태양신 숭배에서 유래한 말이다. 고대 신화에는 거인이 죽어 몸은 땅이 되고 두 눈은 해와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해는 하늘의 눈이다. 하늘의 눈인 해가 만물에 밝고 따뜻한 빛을 보내야 목숨 있는 것들이 자라고 풍요가 찾아온다. 신명은 그 태양의 밝은 빛을 뜻한다.(26쪽)

 

샤먼의 본질은 시인의 본질, 문학의 본질과 별로 다르지 않다. 샤먼은 샤먼이 되기 전에 무병을 앓는데 이 무병은 개인의 병 같지만 예민한 샤먼 후보자가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먼저 앓는 것일 뿐이다. 이 무병은 샤먼 후보자가 샤먼으로서의 소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낫는다. 즉 자신이 겪는 아픔을 개인적인 것만으로 보지 않고 시야를 넓혀 공동체의 문제로 볼 때 아픔의 원인이 제대로 이해되어 낫는 것이다. 정신적인 데서 기인하는 아픔은 그 아픔의 이유를 이해하는 순간 낫는 법이다. 이러한 치유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핵심 문제를 발견한 샤먼 후보자가 공동체의 우주 중심에 있는 신성한 우주 나무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87쪽)

 

용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모습은 대체로 구불구불하고 거대한 뱀을 기본으로 하는 형상이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보는 용의 그림이나 조각의 모양이 거의 다 그렇다. 하지만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궁궐이나 절집 같은 데서 만나는 용이 모두 그러한 모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양의 예로 비석을 짊어지고 있는 거북이 용을 들 수 있다. 이 용의 이름은 비희인데 너무 힘이 넘쳐서 늘 무거운 것을 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사자 모양을 기본으로 하는 용도 있다. 조풍이란 용의 조각은 궁궐 같은 큰 집의 출구 계단 끝 양 옆에 앉아 있거나 남대문, 동대문 같은 큰 문의 지붕에 앉아 있다. 두려움을 모르고 용감해서 모험과 여행을 즐기는 용이다.(96쪽)

 

서구 자본주의가 성장해감에 따라 근대 민족국가 형성에 대한 내적 요구가 나타나게 되는데, 서구의 나라들은 종족적으로 매우 복잡한 상황이었다. 영국은 과거 전쟁에서 승리한 이민족인 노르만족이 왕권을 차지하여 상위 귀족 계층을 형성하고, 토박이인 색슨족은 하위 귀족 계층과 평민 계층을 구성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에서 근대 민족국가 형성에 대한 요구는 색슨족의 노르만족에 대한 종족 전쟁의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 종족 전쟁의 이데올로기는 과거 전쟁에서의 패배와 굴종의 쓰라림, 진정한 왕의 귀환과 색슨적인 법체계 회복으로서의 미래 유토피아 그리고 그를 통한 설욕과 복수였다. 이러한 종족 전쟁의 이데올로기 바탕에는 기독교 메시아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131~132쪽)

 

남근 신앙은 민간에 널리 퍼져 있는 풍요의 사상이다. 사람들은 농사의 풍요와 종족의 번성을 남근석에 빌었다. 남근 신앙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해서 덧붙이자면, 이 남근상에 대한 숭배를 거슬러 올라가면 임신해서 배가 불룩하거나 버들잎 모양의 커다란 성기를 달고 있는 여신상에 대한 숭배가 나온다.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잎을 달고 있는 버드나무 토템 숭배도 비슷한 것이다. 그것이 여성의 성기에 대한 숭배이든 남성의 성기에 대한 숭배이든 풍요의 사상이다.(165~166쪽)

 

신화와 고대의 기록을 보면 마르크스가 말한 시장의 기원은 틀렸다. 시장은 공동체와 공동체가 만난 시점에 기원을 두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이전에 하나의 자족적 공동체 안에서 발생했다.(201쪽)

 

아파트는 집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순수한 거주 기계다. 아파트는 애초에 신들의 파편화된 흔적조차 있을 수 없는 공간이다. 아파트는 본질적으로 신성과는 무관한 순수한 기계인 것이다.(222쪽)

 

저자 소개

김진경

동화 작가이자 시인. 1953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 국어교육과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한국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해 <5월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1985년 서울시 양정고 재직 시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구속돼 1년 2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친 뒤 교육운동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첫 연작 판타지 동화인 『고양이 학교』로 프랑스 아동 청소년 문학상인 앵코륍티블상을 받았다. 우리 정서에 맞는 한국적 판타지 동화를 쓰기 위해 신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고양이 학교』시리즈는 현재 대만, 중국, 일본,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됐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 『광화문을 지나며』, 『우리 시대의 예수』, 『별빛 속에서 잠자다』, 『슬픔의 힘』 등과 장편소설 『이리』, 어른을 위한 동화 『은행나무 이야기』, 교육에세이 『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는 까치에게』가 있다. 어린이 책으로는 『거울 전쟁』, 『고양이 학교』, 『한울이 도깨비 이야기』가 있으며 산문집으로는 『30년에 300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 등이 있다.

 

 

Posted by 자음과모음 jam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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